받아라. 이는 내 몸이다. [마르 14, 22]
후안 데 후안네스의 최후의 만찬
(1560년경, 목판에 유채, 116x191cm,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스페인)
후안 데 후안네스(빈센테 후안 마시프)가 그린 <최후의 만찬>은 성체성사를 제정하는 장면이다.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사도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다.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주는 내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루카 22,19) 예수님께서는 성체를 들어 보이며 가슴에 손을 대고 관객들을 바라보고 계신다. 성체성사는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당신의 귀한 몸이고, 우리는 미사를 드릴 때마다 예수님의 사랑을 기억하며 예수님처럼 나누는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는 빵을 드신 뒤에 같은 모양으로 잔을 들어 말씀하셨다. “이 잔은 내 피로 맺는 새 계약이다. 너희는 이 잔을 마실 때마다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1코린토 11,25) 아마도 식탁 위 성작 앞에 빈 주석 접시가 있는 것은 이제는 어린 양의 피로 계약을 맺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피로써 새 계약을 맺으므로 더 이상 파스카의 어린 양이 필요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제자들은 빵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살과 피로 변하는 성변화의 현장에 있다. 그들은 간절한 듯 성체를 향해 몸을 기울이고 있다. 예수님 오른편에는 베드로, 안드레야, (大)야고보가 있고, 그들 뒤로 바르톨로메오, 마태오, 타테오가 있으며, 예수님 왼편에는 사도 요한, (小)야고보, 토마스가 있고, 그들 뒤에 시몬과 필립보가 서 있다. 그들의 후광에 금색으로 이름을 새겨 넣어 그들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오른쪽 끝에서 등을 보이는 유다의 머리에는 후광도 없고 성변화에 대한 감동도 없다. 그는 몸을 비틀어 밖으로 나가려 하고 돈주머니를 챙기고 있으며, 의자에는 검은 글씨로 ‘유다 이스카리옷’이라고 쓰여 있다.
[2018년 6월 3일 지극히 거룩하신 성체 성사 대축일 원주주보 들빛 4면, 손용환 요셉 신부]
– <굿뉴스 가톨릭갤러리> 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