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 [루카 12, 40]
히에로니무스 프랑켄 2세의 열 처녀의 비유
(1616년, 캔버스에 유채, 111x172cm, 에르미타주 미술관,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
플랑드르 화가 히에로니무스 프랑켄 2세(Hieronymus Francken II, 1578-1623)는 신랑을 맞이해야 하는 열 처녀의 이야기를 그렸다. 마태오 복음에서는 한밤중에 신랑을 맞이하기 위해 등잔을 준비하는 열 명의 처녀를, 다섯은 슬기롭고, 다섯은 어리석은 처녀로 구분하고 있다. 그림에는 결혼식을 위해 차려입은 젊은 여자 열 명이 다섯씩 나누어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누어 배치되어 있다. 왼쪽은 어리석은 처녀들의 모습이고 오른쪽에는 슬기로운 처녀들의 모습이다.
왼쪽의 다섯 명은 ‘어리석은 처녀’로 화가는 화려하게 차려입고, 경박하고 허영기 있는 유복한 젊은 여자들로 묘사하고 있다. 이들은 신랑을 맞이할 준비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악기를 연주하는 여자, 식탁에 먹을 것을 가득 차려놓고 술을 마시는 여자, 탁자에 기대어 잠들어 있는 여자 등 모두 자신들의 즐거움만을 만끽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들의 앞바닥에 흩어져 있는 여러 물건들은 정돈되지 않은 그녀들의 마음가짐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오른쪽의 다섯 명은 ‘슬기로운 처녀’로 화가는 깨끗하게 차려입고, 단정하고 절제 있는 소박한 젊은 여자들로 묘사하고 있다. 이들은 신랑을 맞이할 준비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십자고상이 놓인 탁자 앞에 앉아 성경을 읽으며 기도하고 있는 여자, 조심스럽게 등잔에 기름을 채우고 있는 여자, 자기의 보석함을 열어 가난한 이들에게 자선을 베푸는 여자, 예수님의 수난 사진 앞에서 무릎 꿇고 기도하고 있는 여자 등 모두 신부가 갖추어야 할 덕목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녀들의 주변 바닥에는 정갈한 여자의 마음을 나타내듯이 각자의 준비된 등잔들만 가지런히 놓여 있다.
그림 위쪽 중앙, 구름 위에는 황금빛으로 찬란한 하느님 나라가 그려져 있다. 왼쪽 다섯 명은 문이 닫혀 밖에서 문을 열어 달라고 청하고 있고, 오른쪽 다섯 명은 양팔을 하늘로 올린 채 환희를 맛보고 있다.
이 그림에서 열 처녀가 기다리고 있던 신랑은 그리스도를 말하며, 혼인 잔치는 하늘나라에서 펼쳐지는 하느님의 다스림을 표상한다. 따라서 처녀들은 그리스도의 재림을 기다리는 그리스도인이다. 슬기로운 처녀들이 정결한 모습으로 하느님을 맞이할 수 있는 깨어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라면, 어리석은 처녀들은 이미 닫힌 문을 두드리는, 하느님을 맞을 준비를 미루고, 준비하지 않은 사람들의 모습을 대변한다. 등잔은 그리스도인의 외형적인 믿음의 모습으로, 등잔이 꺼지지 않도록 참 그리스도인의 삶으로 영적인 기름을 끊임없이 보충해야 한다.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 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 <굿뉴스 가톨릭갤러리> 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