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가운데에는 너희가 모르는 분이 서 계신다. [요한 1, 26]
피터 브뢰겔의 세례자 요한의 설교
(1566년, 목판에 유채, 95×160.5cm, 국립미술관, 부다페스트, 헝가리)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수많은 군중이 비탈진 산에 몰려들어 세례자 요한의 설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군중들의 시선은 중앙에 있는 세례자 요한에게 집중되고 있다. 광야에서 살았던 그는 낙타털로 된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두르고 두 팔로 설교를 하고 있다. 군중은 순수한 표정으로 요한의 설교를 경청하고 있지만, 전경에 있는 몇몇 사람들은 요한의 설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잡담을 하고 있다. 혹시 우리도 회개하고 주님의 길을 곧게 내라는 요한의 설교에 시선을 회피하고 있지 않은가?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요한이 왼손으로 가리키는 하늘색 옷을 입은 팔짱을 끼고 있는 사람이다. 요한은 그를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내 뒤에 오시는 분'(마태 3,11)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사람들은 그들과 함께 계신 예수님을 알아 보지 못하고 있다. 화가만이 예수님을 밝은 빛으로 표현해 세상의 빛으로 오신 하느님의 어린 양으로 묘사했다. 브뢰겔은 요한이 직접 손가락으로 가리켜 보여주는데도 보지 못하는 인간의 무지와 어리석음을 고발하고 있다. 혹시 우리도 우리 곁에 계시는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2019년 12월 8일 대림 제2주일(인권 주일, 사회 교리 주간) 춘천주보 들빛 4면, 손용환 요셉 신부]
– <굿뉴스 가톨릭갤러리> 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