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 만나는 대로 잔치에 불러오너라. [마태 22, 9]
프린스 크랑켄 2세의 혼인 잔치의 비유
(나무판에 유채, 69×88.6cm, 개인 소장)
17세기 플랑드르의 화가인 프린스 크랑켄 2세(Frans Francken ll, 1581-1642)가 그린 <혼인 잔치의 비유>는 마태오복음 22장 1-14절이 그 배경이다. 왼쪽에 있는 거실을 보면 화려한 벽 장식이 된 실내를 배경으로, 신부를 가운데 앉혀 놓고 혼인 잔치가 성대하게 벌어지고 있다. 벽 장식 위쪽에 과일과 채소를 엮은 화관 모양의 띠 장식은 혼인 잔치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키고, 벽에 걸린 그림에는 <최후의 만찬>과 <그리스도의 부활> 장면이 그려져 있다. 하늘나라 혼인 잔치는 지상에서 미사를 통해 미리 체험되고 부활의 완성이기 때문이다.
혼인 잔치에 초대받은 사람들은 예복을 잘 차려입고 긴 식탁에 앉아 임금의 아들과 함께 혼인 잔치를 즐기고 있다. 그림 앞 식탁에는 혼인 잔치 음식이 가득히 마련되어 있고, 식탁 아래에는 즐거움을 주는 원숭이를 해학적으로 그렸다. 화려한 그릇에는 포도주가 담겨 있으며, 벽난로 위에는 포도주를 담은 그릇처럼 은장식 그릇들로 가득히 진열되어 있다. 화려한 음식과 화려한 은장식 그릇은 허무하게 사라지는 물질세계를 상징하고, 하늘나라 혼인 잔치가 이루어지는 풍성한 식탁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오른쪽 귀퉁이의 현관에서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임금은 벌거벗은 사람을 바라보며 종들에게 손과 발을 묶어서 바깥 어둠 속으로 내던지라고 호통치고 있다. 임금의 뒤에는 군사들이 창과 방패를 들고 문 안으로 들어오고 있고, 두 명의 종과 군인은 예복을 갖추지 않은 사람의 팔과 발을 묶고 있으며, 예복을 입지 않은 사람은 공포에 질려 있다. 하늘나라 혼인 잔치에 들어가기 위하여 우리에게 필요한 혼인 예복은 무엇일까? 회개이다. 우리는 회개하여 세속의 옷을 벗어버리고, 천상의 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2020년 10월 11일 연중 제20주일 원주주보 들빛 4면 손용환 요셉 신부]
– <굿뉴스 가톨릭갤러리> 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