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이 사람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 [마르 15, 39]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
(1611-14년, 목판에 유채, 421x311cm, 안트베르펜 성모대성당, 벨기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요한 15,9)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셨고,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목숨을 내놓으셨다. 하느님과 예수님의 사랑이며, 우리는 성체성사를 통해 예수님의 사랑 안에 머물게 된다. 17세기 바로크 화가 페테르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는 인간에 대한 예수님의 사랑과 예수님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로 극적으로 표현하였다.
해질 무렵 어두운 배경 중앙에는 십자가가 있고, 십자가 중심에 손과 발, 옆구리와 얼굴이 피로 범벅된 예수님의 시신이 있으며, 사람들은 예수님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리고 있다. 십자가 위에는 사다리에 올라 흰색 수의를 입으로 물고 손으로 예수님의 팔을 잡고 있는 남자로부터 출발하여, 그 옆에는 십자가 위에서 웃통을 벗은 남자가 수의를 잡고 예수님의 어깨에 손을 뻗고 있다. 그 아래에는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이 화려한 옷을 입고 사다리에 올라 예수님의 겨드랑이를 잡고 수의를 잡아당기고 있다. 그 아래에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성모님이 손을 뻗어 예수님의 팔을 잡으며 아들의 비참한 죽음을 슬퍼하고 있다. 성모님 아래에 있는 여인은 무릎을 꿇고 흐느끼며 예수님의 수의를 잡고 있는데, 그녀는 십자가 아래에 있었던 예수님의 이모이다. 그 옆에 마리아 막달레나가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예수님의 발을 잡고 있다. 그녀 옆에 붉은 옷을 입은 요한은 예수님의 시신을 받아 안고 있다. 남색 옷을 입고 사다리를 내려오는 니코데모가 손으로 수의를 끌어올리며 힘을 보태고 있다.
이 작품에서 예수님을 십자가에서 내리는 사람들은 모두 예수님의 몸에 손을 대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지금도 성체성사를 통해 십자가의 제사를 재현하시며 당신의 사랑을 보여주신다. 십자가와 예수님의 몸 사이에 있는 흰색 수의는 제대포이고, 모든 사람들이 만지고 있는 예수님의 몸은 성체이다. 우리들은 날마다 성체를 보고 만지고 모시고 있다. 그러니 예수님의 사랑 안에 머물러야 한다.
[2018년 5월 6일 부활 제6주일(생명 주일) 원주주보 들빛 4면, 손용환 요셉 신부]
– <굿뉴스 가톨릭갤러리> 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