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 [루카 2, 11]
코레조의 거룩한 밤
(1530년경, 캔버스에 유채, 256.5x188cm, 드레스덴 국립회화관)
코레조(Antonio da Correggio, 1490-1534)는 전통적인 회화 방식에서 벗어난 빛과 그림자의 처리를 통하여 진정한 ‘밤’을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유럽 회화에 새로움을 선사했다. 코레조는 이탈리아 북부 레조 넬 에밀리아 시에 있는 산 프로스페로 성당의 한 경당을 배경으로 한 제단화에서 구세주의 탄생을 ‘참빛’이 이 세상에 오신 것으로 그렸다.
고요한 가운데 한 줄기 빛이 아기 예수께 비추어진다. 구유에 누운 아기 예수는 빛을 받아 환하게 타오르는 것처럼 보인다. ‘세상의 빛’으로 오신 아기 예수를 맞이하는 성모 마리아의 얼굴에도 아기 예수에게서 나오는 빛을 받아 빛난다. 천사들은 하늘에서 합창하고 목자들은 경배하러 찾아왔다. 예수님께서 탄생하신 밤에 주님의 천사들은 들에 살면서 밤에도 양 떼를 지키는 목자들에게 나타나 구세주가 오셨다는 소식을 알려준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루카 2,14)
작품 속 천사들은 구름을 타고 밤의 어두움에서 환히 쏟아지는 빛을 받으며 찬란하게 묘사되었다. 아기 예수의 주변에 있는 두 명의 하녀 역시 발산하는 빛에 눈이 부셔 제대로 보지 못하는 듯하다. 마굿간에 다다른 목자는 천사가 들려준 이야기를 직접 목격하며 놀라움과 함께 기쁨과 감격이 동반된 표정이다. 모든 인간을 구원하기 위하여 구세주가 오셨으니 얼마나 벅찬 가슴일까?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본 것으로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린다. 주님의 영광이 그들 앞에서 환히 드러나기도 했지만, 그들의 마음 속에서 더욱 밝게 빛날 것이다.
구유에 누워 계신 예수님은 가난하고 약하디약한 모습의 아기이지만, 하느님께 돌아가는 길을 찾는 데 필요한 빛을 우리에게 가져오기 위해서 오신 것이다. 하느님의 기쁨과 평화로 모든 이의 마음을 채우기 위해서 ‘참빛’으로 오신 것이다.
[2016년 12월 25일 주님 성탄 대축일 인천주보 3면,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
– <굿뉴스 가톨릭갤러리> 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