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안에서 물이 솟는 샘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할 것이다. [요한 4, 14]
칼 하인리히 블로흐의 그리스도와 사마리아 여인
(1872년, 동판에 유채, 104x92cm, 국립역사박물관, 코펜하겐, 덴마크)
나무 그늘이 있는 우물가에 하느님의 사랑을 말해주듯 붉은 옷과 푸른 망토를 걸친 예수님이 앉아 계신다. 우물을 경계로 예수님의 맞은편에는 믿음을 갈구하는 여인처럼 흰옷을 입고 지혜와 통찰력을 상징하는 금색 두건을 쓰고 두레박에 기대어 사마리아 여인이 서 있다. 예수님께서는 유다를 떠나 갈릴래아로 가실 때 사마리아를 가로질러 가셨고, 시카르라는 사마리아의 한 고을에 이르셨으며 그 곳에는 야곱의 우물이 있었다. 때는 정오 무렵이었고, 길을 걷느라 지치신 예수님께서는 그 우물가에 앉으셨는데, 마침 사마리아 여자 하나가 물을 길으러 그곳에 왔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나에게 마실 물을 좀 다오.” (요한 4,7) 하고 말씀하신다. 사마리아 여자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선생님은 어떻게 유다 사람이시면서 사마리아 여자인 저에게 마실 물을 청하십니까? ” (요한 4,9)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대답하셨다. “너에게 말하는 이가 누구인지 알았더라면, 오히려 네가 나에게 물을 청하고,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요한 4,10. 14) 그러자 그 여자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선생님, 이제 보니 선생님은 예언자시군요. 저는 그리스도라고도 하는 메시아께서 오신다는 것을 압니다. 그분께서 오시면 우리에게 모든 것을 알려주겠지요.” (요한 4,19. 25)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너와 말하고 있는 내가 바로 그 사람이다.” (요한 4,26)
사마리아 여인은 몸을 돌리며 허리를 굽혀 점점 예수님에게로 다가가고 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깨달음을 얻어 점점 믿음으로 물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손가락으로 당신을 가리키며 “내가 바로 그 사람이다.” 라고 말씀하고 계신다. 당신이 바로 영원한 생명을 주는 생명의 물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바로흐는 예수님의 머리 뒤에 후광으로 그분이 거룩한 분이심을 표현하였고, 배경에는 세 명의 제자들이 마을로 가서 음식을 구해 햇볕을 받으며 들판을 걸어 예수님께로 되돌아오고 있다.
[2020년 3월 15일 사순 제3주일 원주주보 들빛 4면, 손용환 요셉 신부]
– <굿뉴스 가톨릭갤러리> 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