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의 얼굴은 해처럼 빛나고 그분의 옷은 빛처럼 하얘졌다. [마태 17, 2]
칼 하인리히 블로흐의 거룩한 변모
(1872년, 동판에 유채, 104x92cm, 국립역사박물관, 코펜하겐, 덴마크)
칼 하인리히 블로흐(Carl Heinrich Bloch, 1834-1890)가 1872년에 그린 <거룩한 변모>는 예수님의 생애 연작 23개의 작품 가운데 열여섯 번째 작품으로, 마태오 복음 17장 1-9절이 그 배경이다. 현실 세계와 환시의 세계를 평면의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그릴까? 블로흐는 현실 세계는 아름다운 색채로 표현했고, 환시의 세계는 빛으로 표현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만 따로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셨다. 그리고 그들 앞에서 모습이 변하셨는데, 그분의 얼굴은 해처럼 빛나고 그분의 옷은 빛처럼 하얘졌다. 그때에 모세와 엘리야가 그들 앞에 나타나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태 17,1-3) 예수님께서 거룩하게 변모하시고 모세와 엘리야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시는 곳은 환시의 세계이고, 성경의 “빛나는 구름이 그들을 덮었다.”(마태 17,5)는 표현처럼 블로흐는 그 거룩한 곳을 빛으로 묘사했다. 그 빛은 예수님의 얼굴과 흰 옷을 중심으로 주변을 거룩한 광채로 밝히고 있다.
현실 세계에 있는 세 제자는 왼쪽 아래에서 신비한 광경을 보고 있는데, 양 끝에 있는 베드로와 야고보는 눈이 부셔 손으로 눈을 가리고 두려워하며 거룩한 변모를 목격하고 있다. 하지만 가운데 있는 예수님의 사랑 받는 제자 요한은 팔을 벌려 놀라며 경이롭게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다.
베드로가 나서서 예수님께 말하였다. “주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원하시면 제가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주님께, 하나는 모세께, 또 하나는 엘리야께 드리겠습니다.” 그 구름 속에서,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하는 소리가 났다. (마태 17,4-5)
거룩한 변모는 우리가 그분의 말씀을 들을 때 현실 세계에서 날마다 이루어지는 것이다. 지금 우리도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를 목격한다면 어떤 반응일까? 두려움과 놀람이 아니라 기쁨과 환희의 신비체험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늘 그분 마음에 드는 아들이 되어야 한다.
[2020년 3월 8일 사순 제2주일 원주주보 들빛 4면, 손용환 요셉 신분(풍수원성당)]
– <굿뉴스 가톨릭갤러리> 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