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 [마태 2, 2]
카를로 돌치의 왕들의 경배(동방박사들의 경배)
(1949년, 캔버스에 유채, 117x92cm, 국립미술관, 런던, 영국)
섬세한 색채와 안정된 구도로 그린 카를로 돌치(Carlo Dolci, 1616-1686)는 신심 깊은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누구나 신앙심이 저절로 일어나는 성화를 그리는 일에 자신히 온전히 봉헌하였다. 이 그림을 통해서도 그의 깊은 신앙심을 볼 수 있다.
이 그림의 매력은 동방박사들이 입은 화려한 옷이나 세밀하게 묘사된 빛나는 왕관과 성합들이 아니며, 어두운 마구간에서 펼쳐지는 빛의 조화와 향연도 아니다. 우리가 이 작품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보면, 화가는 또 다른 영적 세계로 우리를 이끌 것이다. 그림은 손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그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화가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새로운 세계는 작지만 아주 값지고, 세련되지만 매우 순수하며, 질투나 의심이 없는 사랑과 믿음이 풍부한 새로운 세계이다. 우리도 화가의 마음으로 이 그림을 보면 세상의 모든 권세도 작고 순수한 아기 예수님 앞에서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저절로 고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2020년 1월 5일 주님 공현 대축일 원주주보 들빛 4면, 손용환 요셉 신부]
– <굿뉴스 가톨릭갤러리> 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