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수난 성지 주일- 십자가에서 내려진 그리스도
(로기에르 반 데르 베이덴, 1435-40년경, 패널위의 유화, 프라도 미술관, 스페인)
15세기 중엽에 크게 각광을 받던 작가는 십자가에서 내려진 그리스도의 이미지를
선명하고 화려한 곧 사실적인 모습으로 표현하였다. 이 작품은 ‘트립틱(triptych)’
으로 세 부분으로 구성된 제단 장식화의 가운데 패널화이며 세밀한 채색과 꼼꼼한
데생으로 그리스도의 죽음 앞에서 사람들이 갖는 비탄의 표현이 돋보이는
초기 네덜란드 회화의 걸작으로 꼽힌다. 자식을 잃은 상심으로 쓰러진 마리아의
예수님과 화답하는 듯한 대칭구조, 마리아를 부축하며 자신의 사명감을 인식하고
있는 듯한 무거운 표정과 억제된 감정의 얼굴로 묘사된 성 요한, 두 손을 모으고
참담한 고통으로 몸을 비틀고 있는 마리아 막달레나, 그리스도가 원죄로부터
세상을 구원하였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아담의 해골…
이런 사실적 이미지들이 우리로 하여금 이 성스런 순간, 그 현실에 동참하도록
권유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