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요한 12, 24]
제임스 티소트의 하늘에서 들려온 소리
(1886-1894, 수채화, 18.9×26.4cm, 브루클린 미술관, 뉴욕, 미국)
예수님께서는 성전 앞에서 두 팔을 하늘로 올려 하느님 아버지께 영광을 드리고 있다. 예수님의 얼굴은 고난의 잔을 받아들여야 하기에 마음이 산란하여 시커멓게 탔지만 예수님께서는 두 눈을 부릅뜨고 하늘만 바라보며 아버지의 이름이 영광스럽게 되길 기도하고 있다.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오자 사람들의 반응은 여러 가지이다. 예수님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은 멀리 있는 사람들보다 하늘의 소리에 더욱 격렬하게 반응한다. 어떤 사람들은 천둥소리를 듣고 귀를 막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천사의 소리를 들었다며 천사를 확인하기 위해 손으로 빛을 가리며 하늘을 보는 사람도 있으며, 어떤 사람들은 예수님처럼 두 팔을 올려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참회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의 눈빛에는 두려움이 차 있다. 하느님의 개입은 세상의 심판과 직결되고, 하느님의 영광을 올리려면 우리가 밀알처럼 죽어야하기 때문이다.
예수님께로부터 조금 더 떨어진 계단 아래에 있는 군중들의 반응은 조금은 냉랭하다. 그들도 하늘을 바라보고 귀를 막고 두 손 모아 기도하고 두 팔을 벌리기도 하지만 대부분 예수님을 바라보며 예수님께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관찰하고 있을 뿐이다. 오늘 우리에게 하늘에서 들려온 소리는 무엇일까? 하느님의 보다 큰 영광을 위해 우리는 지금 어떤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까?
[2018년 3월 18일 사순 제5주일 원주주보 들빛 3면, 손용환 요셉 신부]
– <굿뉴스 가톨릭갤러리> 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