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두 강도 사이에 있는 십자가의 그리스도 (1619년-20년, 유화 429x311cm, 왕립미술관, 안트베르펜, 벨기에)
페테르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는 플랑드르에서 가장 명성을 누렸던 17세기 바로크 시대의 벨기에 화가이다. 그가 그린 <두 강도 사이에 있는 십자가의 그리스도>는 루카복음 23장 33~43절과 요한복음 19장 16~37절이 그 배경이다. 성경 말씀처럼 이 그림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윗부분은 예수님께서 두 강도 사이에서 십자가에 처형되시는 장면이고, 아랫부분은 군사들이 예수님의 옆구리를 창으로 찌르는 장면이며, 이 작품의 두 부분을 연결해 주는 것이 바로 ‘창’이기에, 이 작품의 부제목이 <창>이다.
그림의 중앙에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이 있고 그 분 왼쪽에는 나쁜 강도가 예수님을 모독하며 절규한다. “당신은 메시아가 아니시오? 당신 자신과 우리를 구원해 보시오”(루카 23,39) 그의 절규에는 믿음이 없다. 단지 죽음에 대한 분노와 주변 사람들에 대한 원망만 가득하다. 그러나 그분 오른쪽에 있는 선한 강도는 그를 꾸짖고 나서 예수님께 애원한다. “예수님, 선생님의 나라에 들어가실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루카 23,42) 그의 애원에는 믿음이 있다. 그래서 그의 시선은 그의 마지막 희망을 반영하듯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예수님의 머리 위에는 ‘유다인들의 임금 나사렛 예수’라는 죄명 패가 붙어있고, 예수님의 다섯 상처에서는 선혈이 흐른다. 그 분은 죽고 있지만 그분의 근육은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 그 분에게 죽음은 마지막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선한 강도에게 이르셨다.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루카23,43) 그 분은 숨을 거두시는 순간까지 죄인에게 구원을 선포하신다.
십자가 아래에는 세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예수님께서 이미 숨지신 것을 확인하고 그분의 옆구리에 창을 찌르는 군사와 처형자들이 한 부류이고, 그 분의 죽음을 보고 깊은 슬픔에 잠겨 애도하는 성모님과 제자들의 다른 한 부류이며, 그분의 죽음을 호기심으로 바라보는 터번을 쓴 지도자와 구경꾼들이 마지막 부류이다. 지도자와 구경꾼들은 십자가 밑에서 예수님의 죽음을 바라고 “이자가 다른 이들을 구원하였으니, 정말 하느님의 메시아, 선택된 이라면 자신도 구원해 보라지.”(루카 23.35) 하며 조롱하고 빈정거렸다. 제자들은 성모님과 함께 십자가 아래에서 예수님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다. 군사들은 “네가 유다인들의 임금이라면 너 자신이나 구원해 보아라.”(루카 23,36)하며 예수님 죽음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창으로 그 분의 옆구리를 찌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어떤 부류의 사람인가? 예수님의 죽음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가? 처형자인가? 제자들인가? 아니면 구경꾼인가?
-<굿뉴스 가톨릭갤러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