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요한 2, 19]
엘 그레코의 성전에서 상인들을 몰아내는 그리스도
(1570-75년, 캔버스에 유채, 116.8×149.9cm, 미네아폴리스 미술연구소, 미네소타, 미국)
성전 앞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을 내쫓으시는 그리스도의 모습이 역동적이다. 웅장한 바로크 양식의 아치문 뒤로는 깊은 공간감이 느껴지는 화려한 르네상스 양식의 건축물이 보이고, 화면 정면에는 붉은 옷을 입은 예수님이 손에 채찍을 들고 상인들 및 더러운 영을 쫓아내는 모습이다.
화면 앞쪽은 온통 장사치들의 상거래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한다. 중앙의 예수님은 분노하여 손에 채찍을 들고 힘을 다해 그들을 몰아내고 계신다. 화가는 예수님을 중심으로, 오른쪽은 회개한 사도들로 넉넉한 공간에 안정되고 평온한 분위기를 표현하지만, 왼쪽은 회개하지 않은 장사꾼들로 비좁은 공간에 괴로워 몸부림치는 몹시 어수선하고 불안한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다.
신앙심이 깊은 가톨릭 신자였던 엘 그레코(El Greco, 1541-1614)는 스페인 톨레도에서 활동한 그리스 화가이며, 엘 그레코는 ‘그리스인’이라는 뜻이다. 성경 주제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그린 그는 하늘로 상승하려는 듯 수직으로 길쭉하게 늘어진 인체 표현이 특징적이며, 마치 성령의 불꽃에 휩싸인 듯 생동감 넘치는 표현은 이 순간 우리 안의 성령의 기적을 증언해준다.
[2012년 1월 29일 연중 제4주일 의정부주보 1면, 박혜원 소피아]
– <굿뉴스 가톨릭갤러리> 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