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을 받아라. [요한 20, 22]
엘 그레코의 성령 강림
(1596-1600년, 캔버스에 유채, 275x127cm, 프라도 미술관, 스페인 마드리드)
이 화가의 본명은 도메니코스 테오소코폴루스이지만, 스페인어로 그리스인, 즉 엘 그레코라고 불리었다. 그는 당시의 정형화된 화풍을 따르지 않았고, 다소 거칠은 마감 선에 길쭉하게 세로로 늘어난 듯한 모습으로 인물들을 그렸다.
하늘에는 흰 비둘기가 그려져 있고 혀의 모양으로 성령이 제자들에게 내려오고 있는데, 제자들의 표정과 동작은 놀람과 경악, 기쁨, 두려움, 차분함 등 각기 다른 모습을 보인다. 어떤 인물들은 거친 붓질로 얼굴 형상만이 그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놀라운 감정이 강렬하게 전해진다.
맨 위쪽의 오른쪽에서 두 번째 나이 든 남성이 화가의 자화상, 또는 화가의 친한 벗을 그린 것이라는 학자들의 주장이 있다. 그가 누구이든 간에 그의 눈빛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다. 그의 얼굴에서 의심, 초조함, 자신감과 두려움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 모든 감정은 인간이기에 쉽게 흔들리는 우리의 모습을 꿰뚫어 보는 화가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2019년 6월 9일 성령 강림 대축일 군종주보 3면, 김은혜 엘리사벳]
– <굿뉴스 가톨릭갤러리> 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