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임금이라고 네가 말하고 있다. [요한 18,37]
안토니오 치세리의 자, 이 사람이오(Ecce Homo)
(1871년, 캔버스에 유채, 380x292cm, 현대미술관, 이탈리아 피렌체)
19세기 스위스 화가 안토니오 치세리(Antonio Ciseri, 1821-1891)는 이 그림의 배경으로 예수님께서 빌라도에게 재판을 받는 법정을 예루살렘이 아니라 포로 로마노(Foro Romano)로 하여, 작품 전체를 세속의 권력과 천상의 권력으로 극명히 대조시키고 있다.
예수님의 두 손은 뒤로 묶이고 위통은 벗겨져 있으며 자주색 옷을 반쯤 걸치신 채 가시관을 쓰고 아무 말 없이 군중 앞에 서 계신다. 금빛의 화려한 옷을 걸치고 있는 빌라도는 예수님을 심문했으나 아무런 죄목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예수님을 군중 앞에 세워 놓고 “자, 이 사람이오.”하고 말하며, 군중에게 예수님을 어떻게 할지 묻고 있다. 광장과 맞은편 건물의 옥상까지 가득 찬 군중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 지르고 있다.
예수님 맞은편에 검은 옷을 입고 서 있는 자가 바라빠이다. 그의 손에는 특별사면을 알리는 두루마리가 들려 있다. 예수님 뒤에는 군사들과 예수님을 고발한 수석 사제가 있다. 빌라도 뒤에는 예수님에게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을 보고 슬픈 표정으로 걸음을 돌리는 빌라도의 아내와 시녀가 있으며, 여인들 곁에는 예수님의 사형 선고를 멀찍이 서서 바라보는 최고 의회 의원인 니코데모와 예수님의 시신을 거두게 해달라고 빌라도에게 청했던 아리마태아 출신 요셉이 있다. 세속의 권력과 천상의 권력 중에 우리는 과연 무엇을 선택하고 있을까?
[2018년 11월 25일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성서 주간) 원주주보 들빛4면, 손용환 요셉 신부]
– <굿뉴스 가톨릭갤러리> 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