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요한 15, 5]
안젤로스의 포도나무이신 예수 그리스도
(1450년경, 목판에 템페라, 77x79cm, 크레타)
포도나무 한가운데 그려진 예수님은 만물을 지배하는 군주라는 의미의 판토크라토르(Pantocrator) 이콘 유형으로, 양손을 뻗어 제자들과 사람들을 축복하고 계신다. 그림 정중앙에 상반신만 묘사되어 있지만, 포도나무 줄기가 예수님의 몸처럼 보인다. 예수님 앞에는 성경이 펼쳐져 있고, “나는 참포도나무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 나에게 붙어 있으면서 열매를 맺지 않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다 쳐 내시고, 열매를 맺는 가지는 모두 깨끗이 손질하시어 더 많은 열매를 맺게 하신다.” (요한 15,1-2) 라고 적혀 있다.
한 그루 포도나무에서 뻗어 나온 열두 가지에는 포도송이와 잎이 무성하고, 열두 가지 위에는 열두 명의 제자가 예수님을 바라보고 있다. 그림 왼쪽에는 예수님 가까이 베드로가 자리하고, 위에서부터 마르코, 요한, 안드레아, 시몬, 토마가 있다. 오른쪽에는 예수님 가까이 바오로가 자리하고, 위에서부터 마태오, 루카, 야고보, 바르톨로메오, 필립보가 있다. 제자들도 반신상으로 그려져 있으며, 4명의 복음사가와 베드로와 바오로는 펼쳐진 성경을 들고 있다. 제자들의 각 형상은 전통적인 이콘 도상을 따르고 있다.
제자들의 얼굴에는 후광이 그려져 있고 그 옆에 이름이 적혀 있다. 빛나는 영광을 의미하는 후광은 하느님과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에게 충만하게 흐르는 하느님의 빛을 상징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후광 안에만 십자가 모양이 있고, ‘스스로 존재하는 분’이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 문자 ‘오 온’이 새겨져 있으며 ‘나는 있는 나다’라고 번역된다.
예수님의 뒤로는 금색 배경의 비워진 공간이 있다. 금색 부분은 시공을 하나로 형성하고 모든 것을 밝혀주는 영적 빛을 상징한다. 또한 금색은 성인이 머무르는 성삼위의 공간이며 성령의 빛의 공간이 된다. 이 공간 안에서 제자들은 예수님과 긴밀하게 일치되어야 그들 안에 생명을 간직할 수 있다. 포도나무와 가지처럼 제자들에게 있어서 예수님은 늘 함께 붙어 있어야 되는 관계이며, 포도나무의 열매를 맺는 방법은 예수님 안에 머무르는 것이다.
[2015년 5월 3일 부활 제5주일, 인천주보 3면,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
– <굿뉴스 가톨릭갤러리> 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