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 [마르 8, 29]
안니발레 카라치의 아피아 가도에서 성 베드로에게 나타나신 그리스도 – 주님 어디로 가시나이까?
(1602년, 나무판에 유채, 77.4×56.3cm, 국립미술관, 런던, 영국)
전설에 의하면 베드로 사도는 네로 황제의 박해를 피해 로마에서 도망치다가 아피아 가도에서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예수님을 마주쳤다고 한다. 베드로가 예수님께 “주님, 어디로 가시나이까?” (Quo Vadis Domine) 하고 물으니,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네가 양떼를 버리고 도망친 로마로 간다”고 하시자, 그 말씀을 들은 베드로는 로마로 돌아가 순교했다고 한다.
바로크 미술을 탄생시킨 안니발레 카라치(Annibale Carracci, 1560-1609)는 라파엘로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사실주의와 피렌체의 구도주의, 베네치아의 풍부한 색채와 입체적인 빛 표현을 절충하여 역동적이고 극적이면서 감정의 동요를 불러일으키는 <아피아 가도에서 성 베드로에게 나타나신 그리스도>를 그렸다.
아피아 가도에서 예수님과 베드로가 마주쳤다. 예수님께서는 왼손과 왼쪽 어깨로 십자가를 지고 계시며 오른손을 뻗어 나아가야 할 길을 가리키고 있다. 베드로의 모습은 부자연스럽다. 베드로의 다리 부분을 자세히 보면 그의 몸은 왼쪽 다리에 중심이 실려 있지만, 그의 몸은 들린 오른쪽 발에 무게가 실려 뒤로 젖혀져 있다.
베드로의 부자연스러운 모습은 십자가를 지고 로마로 들어가시는 그리스도를 만난 놀람과 당황의 극치를 드러낸다. 예수님을 보고 당황하여 뒤로 물러서며 무릎을 꿇으려는 어색한 베드로의 모습에서 두려움과 복종이라는 두 가지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모르고 불안할 때 우리도 베드로처럼 “주님, 저희는 어디로 가야 합니까?” 하고 물어야 하지 않을까?
[2020년 5월 10일 부활 제5주일 원주주보 들빛 4면, 손용환 요셉 신부님]
– <굿뉴스 가톨릭갤러리> 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