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소작인들에게 포도밭을 내줄 것입니다. [마태 21, 41]
아벨 그리머의 포도밭 소작인의 비유
(1609년, 나무판에 유채, 25x25cm, 개인소장)
화면의 맨 앞 나무 아래 세 사람이 서 있다. 붉은 옷을 입은 이는 예수님이고, 검은 옷을 이는 수석 사제이며, 흰옷을 입은 이는 백성의 원로이다. 예수님께서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에게 이 비유를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배경으로 교회가 있는 한적한 시골 마을이 보이고, 그 마을에는 우뚝 솟은 산들과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이 있으며, 마을 끝자락 언덕에 울타리를 둘러치고 있는 포도밭과 포도를 밟고 있는 포도확과 산과 포도밭의 경계에 큰 탑이 있다.
포도가 다 익었을 때 포도밭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밭 임자가 포도 철이 가까워지자 자기 몫의 소출을 받아 오라고 소작인들에게 종들을 보냈다. 그런데 소작인들은 숨박꼭질을 하듯 종들을 붙잡으려 하고, 종들은 도망가고 있다. 소작인들이 종들을 매질하고 죽이고 돌을 던져 죽이기까지 하였기 때문이다. 주인은 마침내 ‘내 아들이야 존중해 주겠지.’ 하며 그들에게 아들을 보냈다. 그러나 소작인들은 그를 붙잡아 포도밭 밖으로 던져 죽여 버렸다.
포도밭 주인은 하느님이시고, 포도밭은 선택된 하느님 백성들이며, 소작인들은 율법학자들이다. 울타리는 선택된 사람들에 대한 하느님의 보증이고, 포도 확은 아브라함에게 하신 하느님의 약속이며, 탑은 시나이에서 그들과 맺은 하느님과의 계약이다. 주인이 파견한 종은 예언자들이며 소작인들에게 포도밭 밖으로 던져져 죽임을 당한 주인의 아들은 예루살렘 성 밖에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이다.
포도밭과 예수님 사이에서 두건을 쓴 한 사람이 예수님 일행에게 달려와 소작인들의 만행을 고발하고 있다. 아들을 죽인 소작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주인은 군대를 보내어 악한 소작인들을 가차 없이 없애 버리고, 악한 소작인들에게서 하느님의 나라를 빼앗아, 제 때에 소출을 바치는 다른 민족에게 내줄 것이다.
아벨 그리머(Abel Grimmer, 1570-1619)는 안트베르펜 출신의 플랑드르 후기 르네상스 화가이며 풍경과 건축 그림을 배경으로 자연주의를 표방하여 성경의 비유들을 많이 그렸다.
[2020년 10월 4일 연중 제27주일 원주주보 들빛 4면, 손용환 요셉 신부]
– <굿뉴스 가톨릭갤러리> 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