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이제 내가 너에게 많은 일을 맡기겠다. 와서 네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 [마태 25, 21]
빌렘 드 푸테르의 탈렌트의 비유
(17세기, 패널에 유채, 45x55cm, 국립미술관, 프라하, 체코)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 화가 빌렘 드 푸테르(Willem de Poorter, 1608-1668)의 <탈렌트의 비유>는 주인이 돌아와서 세 명의 종들과 셈을 하는 장면이다. 검은 옷을 입고 터번을 쓴 흰 수염의 주인은 대리석 기둥이 있는 계단 아래 의자에 앉아 종들과 셈을 하고 있다. 탁자에는 금화들이 놓여 있고, 기록을 하는 젊은 서기관은 펜을 들고 금화 한 닢을 내미는 종을 바라보고 있다. 남루한 옷을 입은 종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주인 앞에 금화 한 닢을 내놓고, 다른 두 명은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한 탈렌트을 받은 종은 주인에게 ‘주인님이 무서워서 두려운 나머지 한 탈렌트를 땅에 숨겨 두었다가 도로 가져왔다.’ 고 하자, 주인은 오른손을 벌려 악하고 게으른 종을 책망하며 쓸모없는 종에게서 가진 것마저 빼앗고 바깥 어둠 속으로 내던져 버리게 한다. 그가 악하고 몹쓸 세상이라며 남의 탓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하느님께 받은 재능과 재물과 세월을 낭비했기 때문이다.
이 비유는 우리에게 게으름이 죄가 되고, 하느님께서 주신 능력을 썩히는 것도 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우쳐 준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탈렌트는 모든 이를 위한 선물이기 때문이다. 창문과 계단 위에서 두 사람이 멀리서 남의 일처럼 이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하느님과 셈을 하는 날이 아주 멀리 있어 보이지만 결코 멀리 있지 않다. 하느님과 우리가 셈을 하면 우리는 과연 어떤 것을 내밀 수 있을까?
[2020년 11월 15일 연중 제33주일(세계 가난한 이의 날) 원주주보 들빛 4면, 손용환 요셉 신부]
– <굿뉴스 가톨릭갤러리> 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