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저의 이웃입니까? [루카 10,29]
빈센트 반 고흐의 착한 사마리아인
(1890년경, 캔버스에 유채, 73x60cm, 크뢸러 뮐러 미술관, 네덜란드 오테를로)
<착한 사마리아인>은 고흐가 사망한 해인 1890년에 그린 작품이다. 반 고흐는 선교사로서 벨기에의 탄광 지역이 첫 임지였는데, 작은 오두막에서 볏짚으로 살림을 꾸렸다. 그러나 이러한 생활은 교회 지도자들에게 광신적이고 품위 없다는 평가를 받아 결국 그곳에서 물러나야 했으며, 큰 실망을 겪은 후 그는 회화에 집중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였다.
그가 1876년 10월 29일에 한 설교, “죽음의 시간에는 슬픔이 있지만, 선한 싸움을 싸운 이의 죽음의 순간에는 말할 수 없는 기쁨도 있다.” 와 그의 형 테오에게 쓴 편지에 나오는 ‘진정한 위대한 예술가, 진지한 대가들의 걸작이 우리에게 전하는 의미는 결국 하느님으로 이어진다.’라는 글귀는 반 고흐의 종교적 예술 세계를 잘 보여준다.
반 고흐는 이 작품에 햇볕에 타오르는 듯한 들판(강렬한 색감의 붓질)과 먼지 나는 길 한가운데서 소매를 걷어붙이고 (신발이 벗겨질 정도로) 다리를 힘들게 지탱하며 부상자를 말 위로 끌어 올리는 사마리아인, 머리에 붕대를 감고 구조자에게 매달리는 부상자, 그리고 저 멀리 이 모든 것을 외면하고 (우리가 보기에 왼쪽으로) 총총 사라져 버리는 인물들까지 그려 넣음으로써, 많은 설명이 없어도 화가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반 고흐는 들라크루와의 <착한 사마리아인>의 구도를 거의 그대로 따르면서도 색채와 붓질을 통해 더욱 부드럽고 감성적인 분위기를 창조하였고, 황색과 푸른색의 조화를 통해 자신이 현재 겪고 있는 삶과 고통 그리고 회복에 대한 염원을 담았다고도 볼 수 있다.
[2025년 7월 13일 연중 제15주일 군종주보 3면, 김은혜 엘리사벳]
– <굿뉴스 가톨릭갤러리> 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