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마르 9, 7]
루도비코 카라치의 주님의 거룩한 변모
(1588년, 캔버스에 유화, 100.3×80.7cm, 개인 소장, 런던, 영국)
빛나는 구름을 배경으로 천상의 빛깔인 흰 옷을 입은 예수님께서 양손을 벌려 축복해 주시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분의 옷은 새하얗게 빛나고 있다. 기쁨과 환희, 새로운 탄생을 상징하는 ‘빛처럼 하얀’ 옷을 입은 그리스도의 얼굴은 해처럼 밝게 빛난다. 지상과 구별하여 예수님의 얼굴은 하늘의 중심에 있고, 그분의 얼굴에서 광채가 발산되어 후광을 이루고 있어 그분께서는 천상의 주인이심을 확인할 수 있다.
거룩하게 변모하신 예수님 곁에는 모세와 엘리야가 예수님을 향해 서 있다. 머리에 뿔이 난 모세는 영광을 상징하는 자주색 겉옷을 두르고 있는데, 그는 팔을 벌려 주님께 영광과 찬미를 올리고 있다. 겸손의 색인 황토색 옷을 입은 엘리야는 옷을 여미며 머리와 몸을 숙여 예수님께 경배를 올리려 한다. 계약의 증인인 모세와 예언자 엘리야의 출현은 예수님께서 계약을 완성하러 오신 분이며, 고난과 죽음을 이기고 부활할 메시아임을 예견한다.
예수님과 동행한 제자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은 영광스러운 변모를 보고 놀라 넘어지고 있다. 그들은 거룩한 영적 체험을 하고 있지만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 베드로는 등을 돌려 엎드린 채 예수님 반대쪽으로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고, 요한은 땅바닥에 누워서 어깨를 돌리고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으며, 땅바닥에 쓰러져서 예수님의 변모를 직접 목격하게 된 야고보는 오른손으로 눈을 가리고 왼손으로 예수님이 다가오지 못하게 하는 몸짓을 하고 있다.
거룩한 변모는 성당에 앉아서 기도할 때에만 이루어지지 않고,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실천할 때 이루어진다. 예수님께서 우리 삶의 전부가 되어야 우리도 예수님처럼 거룩하게 변모할 수 있다. 부활의 영광은 수난과 죽음 뒤에 오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주님의 영광을 위하여 묵묵히 십자가를 짊어져야 한다.
[2018년 2월 25일 사순 제2주일 원주주보 들빛 3면, 손용환 요셉 신부]
– <굿뉴스 가톨릭갤러리> 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