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산다. [마태 13, 44]
렘브란트의 밭에 숨겨진 보물의 비유
(1630년경, 나무판에 유채, 70.5x90cm, 헝가리 국립미술관, 부다페스트, 헝가리)
17세기 네덜란드 출신 화가 렘브란트(Rembrand, 1606-1669)의 <밭에 숨겨진 보물의 비유>는 마태오복음 13장 44절이 그 배경이다. “하늘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다. 그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그것을 다시 숨겨 두고서는 기뻐하며 돌아가서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산다.” (마태 13,44)
그림의 오른쪽 뒤로는 오랫동안 관리되지 않은 듯 담쟁이넝쿨이 무성한 성벽 입구가 보이고 왼쪽 뒤로는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다. 화면 중앙에 한 남자는 땅속에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다. 화면 오른쪽에는 바닥부터 뒤쪽 깊숙이 파인 땅속에 금은 그릇을 비롯해 다양한 귀한 물건들이 묘사되어 있다.
이 남자가 땅속에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는 땅을 갈아엎는 고된 노동으로 땅 밑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의 오른손은 삽을 들고 있고 왼손은 거친 빈 광주리를 쥐고 있다. 남자의 오른쪽 위에는 물병과 음식을 넣는 광주리가 놓여 있다. 화가는 남자가 밭을 가는데 필요한 물건들을 묘사함으로써 그의 노동의 시간을 표현하고 있다. 그의 수고와 땀이 하늘의 축복으로 밭의 보물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사실 이 그림에 표현된 남자의 얼굴은 화가 자신의 모습이다. 렘브란트는 신앙적인 면에서 말씀을 깊이 묵상하고 자기 자신을 말씀 안으로 삽입시켜 자신을 말씀의 주인공으로 묘사하곤 했다. 그는 그리스도를 조롱한 군인이 되기도 하였고, 십자가에서 내리는 예수님을 안고 있는 사람이 되기도 했으며, 아버지를 떠나 가산을 탕진하고 돌아오는 탕자이기도 했다.
이 작품에서도 렘브란트 자신을 밭에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사람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보물을 발견하고 기뻐하기보다 긴장하며 주변을 살핀다. 두리번거리는 그의 모습은 이 밭의 보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순간 걱정하고 있는 듯하다. 그림 속에서 빛과 어둠으로 나누어진 형상처럼 그의 심리 상태도 갈림길에 서 있다. 그가 바라보는 방향을 보면 보물을 발견한 기쁨으로 밝은 곳을 바라보지만 그 밭을 사기 위해 그는 이제 가진 것을 모두 팔아야 할 것이다. 과연 우리가 가진 것을 다 팔아 사려고 하는 보물은 무엇일까?
[2020년 7월 26일 연중 제17주일 춘천주보 들빛 4면, 손용환 요셉 신부(풍수원성당)]
– <굿뉴스 가톨릭갤러리> 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