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이분이 누구시기에 바람과 호수까지 복종하는가? [마르 4, 41]
렘브란트의 갈릴래아 호수의 폭풍
(1633년, 캔버스에 유채, 160x128cm, 이자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박물관, 보스턴 미국, 소장 중 도난)
렘브란트(Rembrandt, 1606-1669)는 갈릴래아 호수의 풍랑이 예수님과 제자들이 타고 있는 배를 집어삼키듯 덮치는 긴장된 순간의 장면을, 특유의 빛과 어둠을 대비시키는 명암법으로 표현한다. 이 성화를 보면 제자들의 마음이 보인다.
배의 상단에 있는 제자는 끊어진 밧줄을 다시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고, 기둥에 모여 있는 네 명의 제자들은 파도를 이기려고 동서남북 사방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으며, 배 중앙에 있는 제자는 바닥에 앉아 물을 퍼내고 있다. 이들은 인생의 풍랑을 만났을 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을 대변해 주며 밝은색의 옷을 입고 있다.
배 뒤쪽의 네 제자들은 예수님을 향하고 있고, 그들의 옷 색깔은 어둡고 차분하다. 두 제자는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고, 두 제자는 스승을 흔들어 깨우며 애원하고 있다. 그런데 기도하는 사람의 시선이 사뭇 다르다. 한 사람은 어둠에 묻혀 예수님만 바라보며 기도하고 있는데, 다른 한 사람은 두 손은 모았지만, 여전히 거친 파도를 바라보며 공포에 질려 있다. 다른 두 제자는 스승을 깨우며 지금의 처지를 예수님께 말씀드린다. “스승님, 이 상황에서 잠이 오십니까? 저희가 죽게 되었습니다. 저희를 구해 주십시오.” 그들의 표정에는 믿음보다 원망이 가득하다. 모든 것을 주님께 의탁하기 보다 위기를 모면하겠다는 의지만 강하다.
그래서 그분께서 그들을 보시며 말씀하셨다.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이 얼마나 명쾌한 말씀인가? 우리가 인생의 풍랑에 안절부절 못하는 것은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시련을 당할 때 주님을 원망하는 것도 믿음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분이 함께 계시면 모든 근심과 어려움도 사라지는데, 그분의 현존을 느끼지 못하니 고난 앞에서 걱정부터 하는 것이다. 그분께서 우리의 마음을 안정시키려고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시자 모든 것이 고요해졌다. 그래서 하늘에는 먹구름이 걷히고 빛이 비치고 있다. 인생의 고난 앞에서 제자들처럼 허둥대는 우리를 보고 세상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2022년 7월 3일 연중 제14주일 원주주보 들빛 3면, 손용환 요셉 신부]
– <굿뉴스 가톨릭갤러리> 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