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는 광야에서 사십 일 동안 사탄에게 유혹을 받으셨다. 천사들이 그분의 시중을 들었다. [마르 1, 13]
두초 디 부오닌세냐의 광야에서 유혹 받으시는 예수님
(1308-1311년, 나무에 템페라, 43.2x46cm, 뉴욕 프릭 컬렉션, 미국)
두초(Duccio di Buoninsegna, 1255-1319)가 그린 이 광야의 높은 산은 깎아 지르는 듯 험한 산입니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조차 없이 황량하기만 합니다. 산 밑으로는 화려한 중세 도시들을 배치하였는데, 이는 세상 모든 나라와 영광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그 산 꼭대기에 예수님께서 서 계시고, 앞에는 예수님을 유혹하는 악마가 예수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예수님 뒤에는 두 천사가 예수님을 보좌하며 함께 서 있습니다.
이 그림이 특별하게 보이는 이유는 예수님을 유혹하는 악마의 모습과 유혹자에게 호통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밝음과 어두움으로 대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혹자는 험상궂은 얼굴로 오른손을 뻗어 산 아래 도시들을 가리키며 예수님을 유혹합니다. 두초는 그 모습을 어두움 그 자체로 소개하며 아주 짙게 칠하였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얼굴은 밝음, 곧 빛 자체로 드러납니다.
예수님께서는 위엄 있는 표정으로 한 손은 겉옷을 잡으시고 또 한 손은 손가락을 곧게 펴서 악마를 향해 “사탄아 물러가라!”하고 외치십니다. 이런 모습에서 성스러우면서도 강렬한 힘이 드러납니다. 반대로 악마는 험상궂은 표정이지만, 가련하고 나약하며 예수님의 눈치를 살피는 모습으로 이제껏 예수님을 유혹하던 강인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어 보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 쉽게 유혹에 넘어가려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유혹을 물리치는 힘은 하느님의 말씀과 사랑 그리고 믿음 안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때 유혹자는 그저 나약하고 치졸한 모습으로 변하여 나에게서 떠날 것입니다.
[소공동체모임길잡이, 2012년 2월호, 지영현 신부(가톨릭미술가협회 지도신부)]
– <굿뉴스 가톨릭갤러리> 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