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기록된 대로, 그리스도는 고난을 겪고 사흘 만에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야 한다. [루카 24, 46]
두초의 식탁에 있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예수님
(1308-11년, 나무판에 템페라, 39.5×51.5cm, 시에나 대성당 미술관)
열 한 명의 제자들이 식탁에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예수님께서 그들 가운데에 서시어,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고 말씀하셨다. 제자들은 한결같이 손을 들어 놀라고 있다. 그들의 표정에서는 예수님께 대한 의심이 역력히 나타난다. 그들은 너무나 무섭고 두려운 나머지 유령을 보는 줄로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발걸음을 옮겨 가까이 가시며 못 자국이 있는 두 손을 보여주시면서 말씀하셨다. “왜 놀라느냐? 어찌하여 너희 마음에 여러 가지 의혹이 이느냐? 내 손과 내 발을 보아라. 바로 나다. 나를 만져 보아라. 유령은 살과 뼈가 없지만, 나는 너희도 보다시피 살과 뼈가 있다.”
제자들의 식탁에는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빵 다섯 개와 포도주 두 잔이 있다. 제자들이 믿지 못하고 놀라워하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여기에 먹을 것이 좀 있느냐?” 하고 물으셨고, 제자들이 구운 물고기 한 토막을 드리자, 예수님께서는 그것을 받아 그들 앞에서 잡수셨다. 화가는 식탁에 구운 생선만 올려놓지 않고, 보리빵 다섯 개와 포도주 두 잔도 함께 올려놓아 오천명을 배불리 먹인 빵의 기적을 상기시키고, 동시에 성체성사를 떠올리게 하였다. 이로써 예수님의 부활은 성체성사를 통해 재현된다는 것을 선포하신 것이다. 당신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을,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를 통해 예수님의 이름으로 모든 민족들에게 선포하도록 제자들을 증인으로 뽑으셨다. 그래서 제자들이 든 손은 마치 그 증인이 되겠다고 선서를 하는 것 같다. “우리는 이 일의 증인이다.” 우리도 회개를 통해 부활의 증인이 되어야 한다.
[2018년 4월 15일 부활 제3주일 원주주보 들빛 4면, 손용환 요셉 신부]
– <굿뉴스 가톨릭갤러리> 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