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 예수님께서 묵으시는 곳을 보고 그날 그분과 함께 묵었다. [요한 1, 39]
도메니키노의 안드레아와 베드로에게 예수님을 가리키는 요한 세례자
(1623-28, 프레스코화, 산 안드레아 델라 발레 성당, 로마)
그림은 바위에 앉은 요한 세례자가 안드레아와 시몬 베드로에게 예수님을 가리키는 모습이 명확하게 묘사되어 있다. 또한 이 그림에서는 고요한 풍경도 눈에 뛴다. 부드러운 색채는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빛은 차분하게 절제된 효과를 준다.
붉은 옷을 걸친 요한 세례자는 오른팔을 들어 안드레아와 그의 형 시몬 베드로에게 예수님을 가리키고 있다. 성경에서는 요한 세례자의 제자인 안드레아와 요한이 이 말을 듣게 된다. 그러나 화가는 안드레아가 그의 형인 시몬 베드로를 이끌어 온 장면으로 구성하고 있다. 이미 안드레아와 요한은 “함께 가 예수님께서 묵으시는 곳을 보고 그날 그분과 함께 묵었다.”(요한 1,39) 유다인들은 날이 저물 때 새날을 시작하기 때문에 요한과 안드레아에게는 예수님과 함께 밤을 보낸 시간이 새로운 날의 시작이었을 것이다. 안드레아는 이 새로운 시작을 형 시몬 베드로에게도 전달하고자 하는 모습이다.
요한 세례자는 이들에게 “보라, 하느님의 어린 양이시다.”(요한 1,36) 라고 외치고 있다. 이 구절은 요한 세례자의 발 아래 어린 양의 모습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요한 세례자는 넝마를 입고 갈대 십자가를 들고 있으며, 화가의 고전적 화풍이 담겨 있어 섬세하고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다. 요한 세례자 망토의 붉은 색은 그의 순교를 상징한다.
오른쪽의 안드레아와 베드로는 예수님과의 첫 만남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는 듯 놀란 모습이다. 푸른색 망토를 입은 안드레아가 베드로에게 빨리 예수님께 가자고 부추기고 있는 듯하다. 예수님께서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계시며, 하늘의 천사가 두 제자를 예수님께 인도하고 있다.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제자들에게 하늘의 신비를 알려줄 것이다. 두 사람은 이제 새로운 스승을 따르게 된다. 무성한 나무와 푸른 하늘은 예수님에 의해 새로운 날이 펼쳐질 것을 드러낸다.
[2015년 1월 18일 연중 제2주일 인천주보 3면,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
– <굿뉴스 가톨릭갤러리> 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