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그 몸에서 잉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마태 1, 20]
가에타노 간돌피의 요셉의 꿈
(1790년경, 캔버스에 유채, 95x76cm, 개인 소장)
가에타노 간돌피(Gaetano Gandolfi, 1734-1802)는 볼로냐에서 활동한 바로크 말기와 신고전주의 초기의 이탈리아 화가이다. 마태오 복음서에 의하면 요셉은 네 번의 꿈을 꾼다. 첫 번째는 나자렛에서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이라는 꿈이고(마태 1,18-24), 두 번째는 베들레헴에서 이집트로 피신하라는 꿈이며(마태2,13-15), 세 번째는 이집트에서 이스라엘 땅으로 돌아가라는 꿈이고(마태 2,19-21), 네 번째는 유다에서 갈릴래아 지방으로 떠나라는 꿈이다(마태 2,22-23). 간돌피가 1790년경에 그린 <요셉의 꿈>은 그 중 첫 번째 꿈이다.
요셉은 지금 꿈을 꾸고 있다. 요셉은 어디에서 꿈을 꾸었을까? 전승에 따르면 지금은 ‘주님 탄생 예고 성당’이 있는 나자렛의 어느 한 지점이다. 배경에는 바위가 있고 나무가 우거졌다. 요셉은 이곳 바위에 턱을 괴고 다리를 꼬고 앉은 채 잠을 잔다. 그 앞에 천사가 나타나 손짓으로 그가 해야 할 일을 일러주고 있다.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그 몸에 잉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마리아가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 그분께서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것이다(마태 1,20-21).
그런데 왜 요셉은 앉은 채 불편하게 잠을 잘까? 그것도 턱을 괴고 다리를 꼰 채 말이다. 요셉은 자리를 깔고 편히 누워 잘 만큼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지만 약혼한 마리아가 같이 살기도 전에 아기를 잉태한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도 않았으므로, 남모르게 파혼하기로 작정하며 괴로워하다가 잠들었기 때문이다. 고뇌에 찬 요셉의 꿈은 하느님의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예수님을 잉태하게 했다. 그는 오른손으로 지팡이를 잡고 있고, 그 지팡이에서 순결을 상징하는 백합꽃이 피어 있는데, 이것은 그가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인 황금전설에서 유래한다.
황금전설에 의하면 마리아가 열두 살이 되었을 때, 그녀와 혼인할 열두 지파의 청년이 모였는데, 그들 중 홀아비인 요셉도 끼었다고 한다. 대사제는 그들에게 저마다 지팡이를 하나씩 가져오게 하였고, 대사제가 기도를 마치자 요셉의 지팡이에서 꽃이 피어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였기 때문이다. 잠에서 깨어난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였다(마태 1,24).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행한 것이 잠에서 깨어난 행동이란 게 놀랍다. [2019년 12월 22일 대림 제4주일 원주주보 들빛 4면, 손용환 요셉 신부(풍수원성당)]
– <굿뉴스 가톨릭갤러리> 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