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 [요한 10, 11]
필리프 드 샹파뉴의 착한 목자
(1650-60년, 캔버스에 유채, 154x95cm, 투르 미술관, 투르, 프랑스)
지팡이를 들고 양을 메고 서 있는 착한 목자 예수님은 3세기경 로마의 카타콥베에서부터 나타난다. 이것은 헬레니즘의 전통적인 목가적 형상으로 등장하는 목자들의 모습이 젊은 착한 목자의 존재와 겹쳐진 형태로, 영원한 젊음으로써 신성을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5세기 이탈리아 라벤나의 갈라 플라치디아(Galla Placidia)의 무덤 내부에는 모자이크로 착한 목자 예수님이 오른손에 라틴 십자가를 쥐고 황금빛 옷을 입은 황제처럼 자리에 앉아 우아한 자세로 왼손으로 양들에게 풀을 먹이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샹파뉴도 착한 목자 그리스도의 전통을 따라 목가적인 풍경과 함께 착한 목자 예수님을 그렸다. 예수님께서는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푸른색 긴 튜닉을 입고, 붉은색 속옷을 입으셨다. 푸른색은 하늘을 상징하고, 붉은색은 사랑을 상징하기에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사랑으로 착한 목자가 되시어 세상에 오신 것이다. 예수님은 왼손에 목자를 상징하는 지팡이를 쥐고, 오른손으로 양의 네 다리를 꽉 잡고 있으며, 잃었던 양을 찾아 어깨에 메고 세상으로 나가고 있다. 예수님의 얼굴과 양의 몸이 한 몸처럼 붙어 있어 둘 사이의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
예수님께서는 강렬한 눈빛으로 사람들에게 양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러 세상에 오신 착한 목자임을 근엄하게 선언하고 계신다. 목자는 양들을 보호하고 세상 어떤 권력과 위협도 그리스도의 손에서 앗아갈 수 없도록 약속하신다. 예수님의 발밑에는 가시나무가 있어 착한 목자의 길이 가시밭길임을 암시하고 있다.
[2019년 5월 12일 부활 제4주일(성소 주일) 원주주보 들빛 4면, 손용환 요셉 신부]
– <굿뉴스 가톨릭갤러리> 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