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6일은 사순절의 시작인 ‘재의 수요일’이었습니다.
슬프게도 한국천주교회는 그날부터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해 모
든 미사를 중지하였습니다. 부주임신부님과 미사를 봉헌하며 서로
에게 ‘재’를 얹어 주었습니다. 실제적으로는 못해 드렸지만, 여러분
한분 한분에게 재를 얹어 드리는 마음으로 예식을 하였습니다. 추후
에 미사를 드릴 때에 원하시는 분들에게 ‘재얹는 예식’을 해드리겠습
니다.
“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는 성경말
씀을 외우며 머리에 재를 얹게 됩니다. 오늘 사순1주일의 제1독서에
서 말씀하십니다. “주 하느님께서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창세2,7)
우리의 생명은 창조주 하느님께로부터 시작되었다는 말씀입니다.
당연 우리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피조물’입니다.
하지만 악의 세력은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엄연한 창조질서를 파괴
하려 획책합니다. 끈질기게 ‘유혹’하며, 유한한 인간의 지위를 전능
하시고 무한하신 하느님의 영역으로 끌어 올리려 합니다.
오늘 1독서에서 뱀은 여자를 유혹합니다. “너는 결코 죽지 않는다.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 너희 눈이 열려 하느님처럼 되어서 선과 악
을 알게 될 줄을 하느님께서 아시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다.
”(창세2,4-5)
하느님처럼 될수 있다는 유혹에 여자가 그만 걸려 넘어집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40일간 단식을 하신 예수님께 유혹자가 다가옵니
다. 인간을 대상으로 유혹한 악마는 그것도 성에 안 찼던지, 감히 하
느님을 대적합니다.
‘돌들로 빵이 되라고 해보시오./성전 꼭대기에서 몸을 던져 보시오./
내 앞에 엎드려 경배하시오.’라고 겁 없이 예수님께 유혹의 손길을
내뻗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모든 유혹을 ‘하느님의 말씀’으로 물리치십니다.
우리도 세상을 살며 많은 유혹을 받습니다. 매일 매순간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특히 하느님 안에서 잘 살아가려 노력하는 우
리들에게 특히 사순절을 보내는 우리에게 악의 유혹은 더 극성을 부
릴 것입니다.
외적 환경의 변화, 그리고 ‘코로나 19’라는 우리 생명을 위협하는 나
쁜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우리는 염려를 넘어 공포심을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나와 가족 그리고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외출도 삼가
며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를 걱정과 무료함으로 보내지 말고 오히려 우리 자신을 성
찰하며 하느님과 더욱 일치하는 은혜로운 시간이 되도록 힘써 봅시
다.
그간 하느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그분을 공경하기를 게을리하고,
쉽게 세속과 인간적 유혹에 떨어져 허우적대며 살아온 나의 삶을 성
찰하는 시간이 되도록 합시다. 열흘 후에 성당에서 다시 서로 만났을
때는 좀 더 신앙의 성숙을 이룬 모습으로 기쁘게 만났으면 좋겠습니
다.
하느님은 좋으신 분이십니다. 모두 힘내시기 바랍니다. 화이팅!
대치동성당 주임신부 서상범(디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