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세기 초, 프랑켄 공방(Francken Studio), 목판에 유채, 안트웨르펜 노트르담 대성당, 벨기에
예루살렘 오순절 어두운 방 안 중앙에는 연한 하늘색 두건에 푸른 망토를 두른 성모께서 무릎에 성경을 펼치고 있고, 그녀 주위에는 열 두 명의 제자들과 이름 모를 여인 한 명이 모여 있다.
이는 무명으로 남아있는 작품으로 바로크 시대의 격정과 화려함은 나름의 절제된 드라마로 표현되어 있다. 하얀 비둘기 형상으로 나타난 성령은 암흑의 어둠 속에 눈부신 빛을 발하여 이 방에 모인 모든 이의 머리 위에 임해 있고, 머리 위에는 불꽃 모양의 성령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이에 놀란 제자들은 모두 다른 말을 하며 술렁이고 있는데, 다만 성모님만이 침착한 모습으로 조용히 성령을 그녀 안에 모시고 있다. 이제 이들은 전 세계로 뻗어나가 그리스도의 복음, 즉 빛의 메시지를 전파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