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3주일– 진주를 재는 여인
(베르메르 Jan Vermeer, 1662-64년경, 캔버스에 유채,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
고요한 침묵이 흐르는 듯한 방이 있고, 좌측의 노란 커튼 사이로 외부의
햇살이 들어온다. 견고해 보이는 탁자 위에는 화려한 푸른색의 천이
놓여 있고, 그 옆에는 화려한 진주목걸이와 금은보석이 들어있는 보석상자가
활짝 열려 있다. 이들 앞에는 어떤 금은 장식도 착용하지 않은 여인이
손에 작은 저울을 들고 있다. 이 그림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과연
무슨 의미일까? 그 해답은 바로 벽에 걸려있는 그림에 있다. 그림 속에는
황금빛에 둘러싸인 최후의 심판 날의 그리스도께서 계시고, 그 아래에는
심판을 받는 인간들의 모습이 있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작가이기도 한 17세기의 네덜란드 화가
베르메르는 이 작품을 통하여 최후의 심판 날에 우리 영혼이 저울에 올려
질 것이며, 이 세상의 금은보화는 덧없는 것임을 알려주고 있다.
“그 무렵 큰 환난에 뒤이어, 해는 어두워지고, 달은 빛을 내지 않으며,
별들은 하늘에서 떨어지고, 하늘의 세력들은 흔들릴 것이다. 그때에
‘사람의 아들이‘ 큰 권능과 영광을 떨치며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사람들이 볼 것이다. 그때에 사람의 아들은 천사들을 보내어, 자기가
선택한 이들을 땅끝에서 하늘 끝까지 사방에서 모을 것이다.” (마르 13,24-27)
“그러나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하늘의 천사들도 아들도 모르고
아버지만 아신다.” (마르 1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