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 일 동안 악마에게 유혹을 받으셨다. [루카 4, 2]
후앙 데 플랑데스의 악마의 유혹
(1500년경, 목판에 유채, 21×15.8cm, 국립미술관, 워싱턴)
인적이 드물어 보이는 야산 바위 위에 앉으신 예수님께서는 수도복을 입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계신다. 황량한 광야에서 예수님께서는 40일 동안 밤낮으로 단식하시고, 악마에게 세 번의 유혹을 받으셨다. 이 그림에는 예수님이 광야에서 악마에게 받은 세 가지 유혹의 내용을 모두 담고 있지만, 그 가운데 첫번째 유혹을 대주제로 선택했다.
예수님 앞에 수도복을 입은 악마는 오른손으로 허리에 찬 묵주를 만지며 자신을 가장한 채, 예수님께 왼손에 든 커다란 돌을 빵 덩어리로 변화시키도록 유혹한다. 악마는 신성한 수도복을 입고 있으나. 그의 머리 위에 솟은 두 뿔과 발에 살짝 보이는 물갈퀴는 악마의 정체를 드러낸 것이다. 악마는 예수님의 권능으로 배고픈 배를 채울 수 있는 먹을 것으로 바꾸어 보라고 유혹하고 있으나, 예수님은 단호하게 손을 내저으며 악마를 외면한다. 이미 예수님은 자신의 본모습을 숨기고 거짓된 선으로 자신을 유혹하는 악마의 마음을 꿰뚫고 있다. 화가는 예수님과 악마의 대조적인 마음을 그들이 딛고 있는 푸른 풀밭과 거친 땅으로 극명하게 구분 짓고 있다.
그림 왼쪽 위에는 악마의 또 다른 유혹이 그려졌다. 악마가 예수님을 산 위로 이끌고 올라가 세상의 화려함과 영광을 내려다보게 한다. 그러나 예수님의 첫 자리는 하느님이심을 명백히 밝히신다. 그림 오른쪽 위에는 거룩한 성전 꼭대기에 예수님과 악마가 서 있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인다. 악마는 예수님께서 이토록 높은 성전 꼭대기에서 떨어지고도 다치지 않는다면,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환호할 것이라고 유혹한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을 시험하지 말라고 악마에게 경고하신다.
우리는 생활 속에서 작게는 물질적인 유혹부터 세상의 권력과 영광에 대한 유혹, 신앙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이러한 유혹을 이기는 방법은 말씀 안에서 기도하는 것일 것이다.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2016년 2월 14일 사순 제1주일 인천주보 3면, 윤인복 소화데레사 교수]
– <굿뉴스 가톨릭갤러리> 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