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요한 6, 35]
틴토레토의 만나가 떨어짐
(1577년, 캔버스에 유채, 550x520cm, 스쿠올라 디 산 로코 성당, 베네치아, 이탈리아)
자코 로부스티(Jacopo Robusti, 1518-1594), 일명 틴토레토(Tintoretto)는 극적인 빛의 사용과 인물의 과장된 동작과 역동적인 구성으로 이스라엘 백성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만나를 모으고 있는 장면을 그렸다. 오른쪽에 힘있게 왼팔을 든 모세는 관람자에게 등을 돌리고 있지만, 그의 동작에서 느껴지는 소리는 ‘우렁참’이다. 이스라엘 자손들은 하늘을 쳐다보며 눈처럼 떨어지는 만나를 열심히 모으고 있다.
황금빛이 너무나 찬란하여 그 형상마저 제대로 보이지 않는 하느님께서 하늘에서 만나를 내려주신다. 모든 이가 원하는 만큼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내려주시지만, 하루 분 이상을 모으지 못하도록 하시어 하느님 나라의 질서를 세우고 계신다. 만나는 하느님의 사랑을 의미한다. 이스라엘 백성이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기까지 40년의 광야 여정 동안 만나를 내려 주신다.
지금 하느님께서는 하늘에서 ‘참된 빵’을 백성에게 주신다. 만나는 성찬례의 상징이 되고, 하늘과 땅을 가르는 듯한 커다란 커튼은 예루살렘 성전의 휘장과 최후의 만찬의 식탁보를 암시한다. 성경에서 만나는 땅에 내린 서리처럼 잔 알갱이들 같은 것으로 언급되지만, 그림에서 만나는 성찬례의 밀떡 형상을 하고 있다.
전승에 따르면, 만나는 하느님께서 내리는 ‘천사의 음식’으로 간주되었다. 카파르나움 회당에서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빵은 하늘에서 내려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빵이다.” (요한 6,33)라고 가르치신다. 예수님은 하늘에서 내려온 빵, 즉 “참된 빵”이시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먹은 만나는 세상의 생명을 살리는 생명의 빵이신 예수님을 상징하는 모형이다.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려고 왔다.” (요한 10,10)
[2015년 8월 2일 연중 제18주일 인천주보 3면,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
– <굿뉴스 가톨릭갤러리> 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