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마태 28, 20]
엘 그레코의 삼위일체
(1577-1579, 캔버스에 유채, 300x178cm,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스페인)
엘 그레코의 작품 <삼위일체>는 성령과 성부, 성자로 이어지는 수직 구도와 성부와 성자를 둘러싸고 있는 하늘의 천사들을 수평으로 배치한 구도로 그려졌습니다. 이 그림은 그토록 사랑하신 인간을 구원하기 위하여 십자가에서 수난하시고 돌아가신 아드님을 당신의 품에 끌어안고 하늘로 올라가시는 성부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친히 아들을 품에 안으신 하느님의 모습은 죽은 아들을 품에 안은 어머니의 모습(피에타)과도 닮았습니다. 힘없이 안긴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 하느님의 얼굴에 말할 수 없는 비통함이 묻어 납니다. 또 슬픔에 잠겨 일그러진 천사들의 얼굴은 이제껏 우리가 보았던 천사의 모습과도 다릅니다. 그러나 이러한 슬픔과 비통함 속에서도 성령과 함께 영원한 구원의 빛이 내립니다.
이 장면에서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다.” 하신 아버지의 말씀이 연상됩니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사랑이 강렬하게 드러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을 보며 오늘 장례미사를 드린, 세상을 떠나 하느님 품에 안기신 형제님의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착하고 성실하게 그리스도를 고백하며 떠나신 분이 맞이하게 되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사랑을 엘 그레코가 우리에게 명백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공동체모임길잡이, 2011년 9월호, 지영현 신부]
– <굿뉴스 가톨릭갤러리> 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