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마태 15, 28]
피터르 라스트만의 예수님과 가나안 여자
(1617년, 나무판에 유채, 76.8×106.6cm, 국립미술관, 암스테르담, 네덜란드)
이 작품의 배경은 티로와 시돈 지방의 건물과 허물어진 성벽이다. 만일 예수님께서 우리 마을에 찾아 오신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까? 티로와 시돈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성 밖에 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예수님을 보기 위해 여기저기서 몰려왔다. 성문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 중에는 예수님의 소문에 대해 말하는 사람도 있고, 병자를 손수레에 태워 나오는 사람도 있으며, 어떤 이들은 아이들과 강아지도 데려 나왔다.
그림 전면 중앙에는 더러운 영이 들린 딸을 둔 어떤 부인이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그 분 발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 부인은 시리아 페니키아 출신이었는데, 머리에 쓴 두건이 그가 이교도임을 말해주고 있다. 그녀는 자기 딸에게서 마귀를 쫓아내 주십사고 두 팔 벌려 예수님께 청하고 있다.
제자들이 예수님에게 다가와 말하였다. “저 여자를 돌려보내십시오. 우리 뒤에서 소리 지르고 있습니다.” (마태 15,23) 그제야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대답하셨다. “나는 오직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에게 파견되었을 뿐이다.” (마태 15,24) 그러나 그 여자는 예수님에게 간절한 눈빛으로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 (마태 15,25) 하고 간청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녀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몸을 돌려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좋지 않다.” (마태 15,26) 예수님의 오른손이 예수님 발치에 앉아 있는 두 아이를 가리키고 있다. 한 아이는 빵을 들고 있고 한 아이는 빵을 먹고 있다. 그분은 손짓으로 당신께서는 오직 이스라엘의 길 잃은 어린 양들을 위해 파견되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런데 반대편에는 여인의 발 앞에 두 마리 강아지가 예수님을 반기고 있다. 여인과 강아지는 예수님께 은총 부스러기라도 좋으니, 제발 자기에게도 사랑을 베풀어 달라며 애원하고 있다. 그 여자는 예수님을 향하여 크게 외쳤다. “주님, 그렇습니다. 그러나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마태 15,27)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 (마태 15,28) 바로 그 시간에 그 여자의 딸이 나았다. 여자의 뒤에 또 다른 제자가 양 손으로 성경을 잡고 관객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것은 성경 말씀을 듣고 묵상하고 실천하라고 외치는 것이다.
[2020년 8월 16일 연중 제16주일 원주주보 들빛 4면, 손용환 요셉 신부(풍수원성당)]
– <굿뉴스 가톨릭갤러리> 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