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 [마태 13, 30]
도메니코 페티의 가라지를 뿌리는 사람
(1618-22, 패널에 유채, 60.5x44cm, 프라하 국립 미술관)
도메니코 페티(Domenico Fetti, 1589-1623)는 이탈리아의 바로크 화가로서, 로마에서 태어났지만 주로 만토바와 베네치아에서 활동하였다. 이 작품은 페티가 만토바의 궁정화가로 일할 때 그린 작품으로, ‘가라지의 비유’를 주제로 하고 있다. 세상 안에서 하느님 나라의 씨앗이 풍성한 열매를 맺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화면 가장 앞쪽에는 씨를 뿌리던 세 명의 사람이 열심히 일한 후, 피곤함에 지쳐서 잠을 자는 모습이다. “어떤 사람이 땅에 씨를 뿌려 놓으면, 밤에 자고 낮에 일어나고 하는 사이에 씨는 싹이 터서 자라는데, 그 사람은 어떻게 그리되는지 모른다.” (마르 4,26-27)
반면에, 그들 뒤에 한 사람이 밭에 씨앗을 뿌리고 있다. 화가는 이 인물을 악마로 묘사하고 있다. 하느님 나라를 위협하는 악마의 세력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성경에서처럼 “사람들이 자는 동안” 그들의 “원수”가 와서 좋은 씨앗(밀)을 뿌린 가운데에 나쁜 씨앗(가라지)을 덧뿌리는 장면이다. 외관은 농부로 위장한 인간의 모습이지만 그는 악마의 본질을 드러내고 있다. 머리에는 두 개의 작은 뿔이 달려 있고 발은 짐승의 날카로운 발톱을 가지고 있다.
잡초는 들판에서 자라지만 가라지는 누군가가 뿌리지 않으면 자라지 않는 법이다. 좋은 씨앗이 뿌려진 위에 나쁜 씨앗이 뿌려지고 있다. 밭(세상)에는 좋은 씨앗(하늘나라의 자녀들)과 나쁜 씨앗(악한 자의 자녀들)이 함께 자랄 것이다. 세상에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천하는 사람과 하느님의 말씀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다.
인물들의 뒤로는 나무들과 구름이 바람을 타고 날리고 있다. 화면 앞에 두 그루의 큰 나무는 바람에 흔들려 대각선으로 기울어져 있으며 많은 난관과 불길한 상황을 강조하고 있다. 농부로 가장한 악마는 앞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맞서고 있으나 균형을 바로 세우지 못한 채 씨를 뿌리고 있다. 씨앗 역시 어디로 떨어지는지 불분명하며 그 열매의 수확도 불확실하다는 의미이다.
[2014년 7월 20일 연중 제16주일 인천주보 3면,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 <굿뉴스 가톨릭갤러리> 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