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버지께 청하면, 아버지께서는 다른 보호자를 너희에게 보내실 것이다. [요한 14, 16]
렘브란트의 그리스도의 초상
(1650년, 참나무판에 유채, 25×21.5cm, 국립미술관, 베를린, 독일)
렘브란트(Rembrandt, 1606-1669) 전까지 대부분의 화가들은 <그리스도의 초상>을 그릴 때 경건한 신심을 바탕으로 예수님의 신성을 강조하여 그렸다. 그러나 렘브란트는 예수님의 인성을 강조하여 그렸다. 예수님의 시선은 3/4 방향이고, 깊은 명상에 잠겨 있는 듯 퀭한 눈빛이며, 우리와 똑같이 나약하고 깊이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이다.
그런데 평범한 인간 예수님의 모습에서 끌림이 남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슬픈 그분의 얼굴에서 자연스럽지만 은은하고 거룩한 빛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렘브란트는 이 작품에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르는 이는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요한 8,12) 는 말씀을 구현했다. 그는 어두운 배경에 강조하고 싶은 그리스도의 얼굴을 빛의 효과로 잘 살려내고 있다. 그가 그린 예수님의 얼굴을 비추고 있는 빛은 영적인 빛이며, 우리에게 희망과 평화를 주는 빛이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내 계명을 지킬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아버지께 청하면, 아버지께서는 다른 보호자를 너희에게 보내시어, 영원히 너희와 함께 있도록 하실 것이다. 그분은 진리의 영이시다. 세상은 그분을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기 때문에 그분을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너희는 그분을 알고 있다. 그분께서 너희와 함께 머무르시고 너희 안에 계시기 때문이다.” (요한 14,15-17)
예수님께서는 다른 보호자 성령을 우리에게 주셨다. 우리가 그분의 거룩한 빛 안에 머물면 그분의 계명을 지킬 것이고, 우리가 아버지께 성령을 청하면 진리의 영께서는 우리에게 오실 것이며, 평범한 사람들 안에 숨어 계신 그리스도의 얼굴을 알게 해주실 것이다.
[2020년 5월 17일 부활 제6주일 원주주보 들빛 4면, 손용환 요셉 신부(풍수원성당)]
– <굿뉴스 가톨릭갤러리> 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