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양들의 문이다. [요한 10, 7]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의 착한 목자
(1660년, 캔버스에 유채, 123x101cm, 프라도 미술관, 마드리드, 스페인)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Bartolome Esteban Murillo, 1617-1682)는 세비야에서 태어나 17세기 스페인 바로크 미술의 황금기를 연 화가로서 그의 생애 절반을 프란치스코회와 가까이하며 신실한 믿음을 드러내는 종교화를 많이 남겼다. 그의 작품은 이상화된 아름다움과 인간미가 넘치는 화풍으로 일상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렸다. 그가 1660년경에 그린 <착한 목자>는 어린 예수님과 어린양을 아주 친밀하게 그렸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착한 목자다.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 (요한 10,11) 어린 예수님은 오른손에 지팡이를 들고 있어 그분이 목자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고, 어린 양의 등 뒤에 왼손을 얹어 친밀감을 표시하고 있어, 그분이 착한 목자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런데 예수님의 옷은 붉은색이고 그분의 발은 맨발이다. 붉은색은 예수님의 수난과 희생과 사랑을 의미하고, 맨발은 양들을 위한 고난의 삶을 나타내기에 착한 목자 예수님께서는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는 이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어린 예수님의 머리 뒤로 황금색 광채가 있어 예수님께서는 작고 어리지만 신성을 지니고 계심을 말해주고 있다.
배경으로 많은 양들이 광야에서 풀을 뜯고 있고, 예수님 곁에는 한 마리 어린 양만 있다. 예수님께서는 양 백 마리 가운데에서 한 마리를 잃으면, 아흔아홉 마리를 광야에 놓아둔 채 잃은 양을 찾아나서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는 우리 안에 들지 않은 양들까지도 데려와 당신의 목소리를 알아듣게 하여 마침내 한 목자 아래 한 양 떼가 되게 할 것이다. 그런데 어린 예수님께서는 바위에 앉아있고, 예수님 뒤로 폐허가 되어버린 성벽과 무너진 신전의 기둥이 보인다. 이것은 그리스로마 시대의 유적으로 이교도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승리를 상징한다. 그리스로마 시대는 무너지고 예수님께서 베드로의 반석 위에 교회를 세워 목자들을 통해 교회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예수님을 사랑하는 양들은 언제나 목자 곁에 있고, 목자의 목소리를 알아들으며, 착한 목자를 따른다.
[2018년 4월 22일 부활 제4주일(성소주일) 원주주보 들빛 4면, 손용환 요셉 신부(캐나다 런던 성 김대건 한인성당)]
– <굿뉴스 가톨릭갤러리> 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