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루카 24, 31]
카라바조의 엠마오에서의 저녁식사
(1601년, 캔버스에 유채, 141×196.2cm, 내셔널 갤러리, 런던)
카라바조(Caravaggio, 1571-1610, 이탈리아 바로코미술 화가)는 루카 복음서에 기록된 ‘엠마오의 사건’ 중 두 제자에게 빵을 쪼개자 그들이 예수님을 알아보게 된 내용을 묘사한다. 가운데에는 예수님이 식탁 위의 음식을 축복하고 있다. 건장한 청년의 모습으로 아름답게 묘사된 예수님은 두 제자의 손님임에도 식탁에서 당당하게 주인처럼 행동한다. 예수님의 붉은 옷은 그리스도의 희생과 수난을 의미하고, 흰색 망토는 죽음으로부터 승리를 뜻한다. 예수님의 의상은 사랑의 옷이다.
오른쪽 제자는 양팔을 힘차게 벌리고 있어 십자가에 매달린 모습의 예수님을 상기시킨다. 이 동작은 살아있는 타우(T)를 상징한다. 타우는 십자가를 표시하는 것으로,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사람이란 의미를 지닌다. 제자의 가슴에는 순례자의 상징인 조개껍데기가 달려있다. 왼쪽에 등진 제자는 부활한 예수님을 알아본 후 그 놀라운 감정을 강한 행동으로 표출하고 있다. 그는 예수님의 현존을 당장 알리려는 듯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려 한다. 두 제자는 “곧바로 일어나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루카 24,33) 고 , 예수님과의 만남을 이야기하게 된다. 루카에게 둘이라는 숫자는 전체를 대표하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기에, 두 제자는 부활한 예수님과 만남을 통해 부활을 믿고 증언하게 된 모든 제자의 체험을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왼쪽에 서 있는 인물은 여관 주인으로 보인다. 카라바조는 성경 속 외의 인물을 삽입하여 주제의 의미를 심화시킨다. 서 있는 남자는 놀란 제자들과는 달리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의 중요성을 이해 못 한 듯,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 이 남자는 평범한 인물로 우리 모두를 대변하는 사람일 수 있다. 예수님의 현존은 특별한 인물이나 장소가 아닌 우리의 일상 안에서 체험할 수 있음을 말한다.
카라바조는 루카 복음에서 말하는 성찬례를 엠마오의 제자들과 나눈 만찬에서 묘사하고 있다. 식탁 위에는 빵과 포도주 그리고 각종 과일이 놓여 있다. 빵은 생존에 꼭 필요한 양식으로 성찬례의 신비와 결합하여 고유 의미가 있다.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요한 6,35) 식탁 왼쪽에 포도주가 담긴 병이 있다. 성찬례에서 포도주는 인간의 죄를 용서하기 위해 흘리는 그리스도의 계약의 피를 상징한다. 또한 바구니에는 다양한 과일이 담겨 있다. 썩은 사과와 색이 변한 무화과는 인류의 원죄를 상징한다. 석류는 과즙과 껍질의 붉은색 때문에 그리스도가 흘린 피, 곧 수난을 의미한다. 그러나 열매의 달콤함 때문에 그리스도의 부활 후 하느님으로부터 선택받은 이들이 누리게 될 기쁨을 의미한다. 흰색 식탁보는 그리스도의 수의의 기억으로 죽음과 부활을 상기시킨다.
예수님이 길에서 성경 풀이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고 식탁에서 빵을 떼어주는 것은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의 결합으로 볼 수 있다. 부활한 예수님은 식탁에서 제자들과 함께 하며 그들의 “믿는데 굼뜬 마음” 을 확실한 믿음으로 이끌어주고 있다. 식탁은 부활하신 예수님과 제자들의 만남이 완성되고 완전한 일치를 이루는 장소가 된다. 이 작품은 부활한 예수님께서 우리 가운데 계시고 아버지를 찬양하며, 빵과 포도주를 통해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선사하고 계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스도의 몸(빵)과 피(포도주)는 우리에게 힘과 기쁨이다.
[2014년 5월 4일 부활 제3주일(생명주일) 인천주보 3면,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 <굿뉴스 가톨릭갤러리> 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