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요한 20, 29]
렘브란트의 토마스의 의심
(1634년, 참나무판에 유채, 53x51cm, 푸시킨 미술관, 모스크바, 러시아)
렘브란트(Rembrandt, 1606-1669)는 1634년에 <토마스의 의심>을 그렸다. 그는 1632년에 레이던에서 암스테르담으로 이사했고, 새로운 도시에서 자기 작품에 대한 강한 인상을 사람들에게 남겨야 했기에 과장된 몸짓과 과장된 표정을 순간 포착하여 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이 시기의 특징으로 나타나며, 요한복음 20장 19-29절이 이 작품의 배경이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시어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을 때 토마스는 그 자리에 없었고, 다른 제자들이 토마스에게 주님을 뵈었다고 말하자, 토마스는 “나는 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 하고 말했으며, 여드레 뒤에 예수님께서 오시어 토마스에게 “네 손을 뻗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아라.” 하고 이르셨는데, 렘브란트는 바로 이 순간을 묘사했다.
토마스는 깜짝 놀랐고, 그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놀라는 눈빛, 치솟아 오른 눈썹뿐만 아니라 머리카락과 수염까지도 쭈뼛 서 있다. 토마스는 두 팔을 벌리고 허리를 뒤로 젖히며 놀라서 뒷걸음질치고 있다. 놀란 것은 토마스만이 아니다. 다른 제자들도 대부분 예수님의 상처를 응시하는데, 머리가 벗겨진 베드로는 고개를 빼고 예수님의 상처를 유심히 살펴보는가 하면, 다른 제자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기도 하고, 팔을 벌리기도 하며,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다가 고개를 돌려 예수님의 상처를 바라보기도 한다. 제자들이 문을 닫아걸고 기도할 때 예수님께서 나타나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자들과 함께 있는 여인은 누구이고, 그녀는 누구를 보며 놀라고 있을까? 그녀는 아마 성모 마리아일 것이다. 성령강림이 그의 어머니와 제자들의 함께 있을 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또 그녀는 토마스를 보고 놀라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당신의 죽음과 부활을 여러 차례 예고하셨고, 제자들이 예수님께서 부활하셔서 나타나셨다고 증언하였는데도 그것을 믿지 못하는 토마스를 보고 성모님은 놀라고 있는 것이다. 성모님은 토마스의 놀라는 모습을 잘 보기 위해 손으로 베일을 제치고 있다. 그런데 오른쪽 아래에는 한 제자가 잠들어 있고, 다른 한 제자가 기도하며 그를 바라보고 있다. 이것은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형상화한 것이다. 예수님의 상처를 확인하지 않고도 예수님의 부활을 믿는 것이 진짜 믿음이기 때문이다.
[2020년 4월 19일 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 주일) 원주주보 들빛 4면, 손용환 요셉 신부(풍수원성당)]
– <굿뉴스 가톨릭갤러리> 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