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도 대치동성당 사목지향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루카 24, 29)
공동체 시작 35주년을 기념하며 지냈던 2014년도가 저물고, 2015년도 새로운 시간을 주님께서 허락해 주심에 감사드리며, 주신 시간을 새롭게 장식해 봅니다. 그 장식은 은총의 흐름이어야 한다는 것을 잘 인식하면서 주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돌이켜보면 2014년은 아픔이 강하고 길었던 한해였습니다. 교구장님이 사목교서에서 지적하셨듯이 그 고통에 우리는 어떤 위로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교황 프란치스코의 방문으로 격려의 손길을 건네주셨습니다.
이어서 주님은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의 시복을 통해 순교자의 씨앗으로 성장한 한국교회 공동체의 나아갈 길을 알려주셨습니다. 순교자들은 곤경과 박해 속에서도 한 결 같이 주님께 희망을 두고 서로 돕고 격려하며 살았습니다. 이런 순교 선조들의 삶을 이어받아 살아가는 것이 2015년을 스케치하며 지녀야 할 기본 바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순교 선조들의 삶에는 기본적으로 주님께 대한 깊은 사랑이 있었고 그 사랑은 끊임없는 기도생활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교구장님은 사목교서에서 다마스쿠스의 성 요한의 말씀을 인용하시면서 2015년에는 기도생활에 전념할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기도는 하느님을 향하여 마음을 들어 높이는 것이며, 하느님께 은혜를 청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기도는 새로운 복음화의 활력이요 샘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도생활의 모범이요 스승이신 예수님께서 그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기도는 예수님 삶의 원동력이었고, 기도로 성부와 일치를 이루셨고, 기도의 힘으로 성부의 뜻을 십자가로 완성하셨습니다.
이런 교구장님의 지향에 따라 우리의 기도생활을 재점검해보고, 관심을 두는 한해가 되도록 정성을 다하고자 합니다. 이미 우리 공동체는 여러 신심단체의 활동으로 신앙생활의 활력소를 찾고 있습니다. 그 안에 담긴 기도와 신심의 전통이 잘 이어지도록 해야 됩니다.
작년에 이어 우선 가정이 기도하는 성가정으로 변화되어야겠습니다. ‘0630-1030 가정기도 봉헌하기’ 운동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서 보다 더 많은 가정이 기도의 샘이 되도록 정성을 다하고 있지만 아직 가족이 함께하지 못하는 가정이 많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다가옵니다. 부모님들은 신앙의 첫 교사입니다. 신앙의 기본 교육은 단순히 신앙의 지식을 가르치는 것에만 있지 않고 부모가 자녀들과 함께 기도하는데 있습니다. 혼자 기도하는 것이 어렵다면 함께해야 하고, 어는 단체든 소속되어야하고, 기본적으로 구역 소공동체 활동과 나눔과 기도에 참여해야 합니다. 소공동체는 바로 지역의 기초교회이며, 기도를 배우고 익히는 기본 터전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구역 소공동체가 잘되고 있지만, 좀 더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직장일로 낮에 참여할 수 없는 교우들, 신앙생활에 수줍은 형제들, 대학진학과 취업을 위해 온 시간을 쏟는 젊은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현재 한 달 한 번 모임으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소공동체 기본 모임 시간이나 방법을 확대 지속할 필요가 있습니다.
매년 침묵 피정은 기도의 체험을 깊게 하는 수련의 장입니다. 2014년도 침묵 피정에 예년과 달리 많은 젊은이들과 형제들이 참석함으로써 기도가 낮에 시간 있는 자매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젊은이들과 바쁜 일상의 삶을 사시는 형제들도 영적인 갈망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기도의 깊은 체험의 장이 다양하게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그런 깊은 체험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 가정과 주변을 변화시키는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매년 새로운 한해를 계획하고 진행하지만, 주님께서 함께 해주시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매순간 성모님이 보여주셨던 겸손한 마음을 지닐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주님의 길을 준비하기 위해 일상의 삶을 떠났던 세례자요한의 낮음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2015년에는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이 주님을 알아보고 초대했던 말씀을 사목 지향으로 삼고자 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이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에게 섬세하게 다가가 활력을 주셨듯이, 부족한 우리에게도 위로와 힘을 주실 것입니다.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루카 24, 29)
나해(2015년도) 대림 제3주일에
은총의 七성사 대치동 성당
주임사제 김철호(바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