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의 얼굴은 해처럼 빛나고 그분의 옷은 빛처럼 하얘졌다. [마태 17, 2]
라파엘로 산치오의 그리스도의 변모
(1516-20년, 목판에 유채, 403.86×279.40cm, 바티칸 박물관)
예수님은 체포되시기 전에 베드로, 야고보, 요한을 대동하시고 기도를 하기 위해 타볼산으로 올라가셨다. 예수님께서는 산 정상에서 자신의 제자 베드로와 야고보, 요한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의 앞에 나타난 엘리야, 모세와 이야기를 나누신다. 기쁨과 환희, 새로운 탄생을 상징하는 ‘빛처럼 하얀’ 옷을 입은 예수님의 얼굴은 ‘해처럼 빛나고’ 있다. 예수님의 공생활에서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거룩한 변모’가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이탈리아 중부 움브리아 지방 우르비노에서 태어난 라파엘로 산치오(Raffaello Sanzio, 1483-1520)의 작품 <그리스도의 변모>는 프랑스 남동부 나르본 성당의 제대 장식 그림으로 의뢰받아 제작되었다. 그러나 라파에로 산치오는 건강이 악화하여 37세의 젊은 나이로 선종함에 따라 작품의 완성을 보지 못했고, 제자인 줄리오 로마노(Giulio Romano, 1499-1546)가 완성했다. 그림 전체 화면의 상부에는 ‘그리스도의 변모’ 내용이, 하부에는 ‘더러운 영이 들린 아이’ 내용이 그려졌다. 예수님께서 거룩하게 변모하셨던 산에서 내려온 직후, 어떤 아이의 더러운 영을 내쫓으셨다.
예수님의 등 뒤로는 성령을 상징하는 ‘빛’의 구름(후광)이 형성돼 있다. 퍼져가는 빛의 구름을 통해 예수님의 영광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예수님의 변모에서 빛은 성령처럼 보이지 않는 하느님이 인간에게 신비와 계시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요소이다. 지상과 구별하여 예수님께서는 분명하게 천상의 분으로, 그리스도와 하느님과의 관계를 확증할 수 있는 광경이다. 빛으로 가득한 옷을 입은 예수님이 양팔을 펼치고 있는 모습은 십자가에 매달린 장면과 동시에 ‘부활의 영광’을 연상케 한다.
예수님 양 옆에는 모세와 엘리야가 공중에 떠 있다. 구약이 신약과 만나는 순간이다. 왼쪽의 모세는 십계명이 적힌 서판을 들고 있고, 오른쪽의 엘리야는 예언서를 들고 예수님을 바라보고 있다. 율법의 공표자인 모세와 예언자의 으뜸인 엘리야는 하느님의 아들로서 율법을 주시고 예언자들을 보내신 그리스도의 빛을 받고 있다. 모세와 엘리야의 출현은 예수님께서 하늘나라의 복음을 완성하러 오신 분이며, 고난과 죽음을 이기고 부활의 영광을 얻게 될 것임을 가리킨다.
예수님의 아래에 있는 세 제자는 놀라움과 예수님의 찬란한 광채에 눈부셔 얼굴조차 들지 못하거나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가운데에 있는 베드로만이 빛을 오른손으로 반쯤 가린 채 예수님께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이들은 예수님의 변모라는 거룩한 영적 체험을 하고 있지만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나 예수님의 변모는 수난과 죽음을 통해 부활의 영광을 누리실 것을 제자들에게 미리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예수님의 변모에서 보여준 빛과 영광은 하느님께서 예수님과 그분을 믿는 모든 이에게 베푸실 영광의 표징인 것이다. 베드로는 그의 두 번째 편지에서 장엄함을 이루 말할 수 없는 하느님의 영광을 본 ‘위대함을 목격한 자'(2베드 1,16)로 자신을 기록하고 있다. 그림 왼쪽에는 그림을 의뢰한 나르본 성당이 공경하는 두 성인인 성 유스토와 성 파스토르도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를 경건하게 바라보고 있다.
[2016년 2월 21일 사순 제2주일 인천주보 3면,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 <굿뉴스 가톨릭갤러리> 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