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마태 5, 3]
클로드 로랭의 산상설교
(1656년, 캔버스에 유채, 171.4×259.7cm, 더 프릭 컬렉션, 뉴욕)
클로드 로랭(Claude Lorrain, 1600~1682)은 프랑스 주교인 프랑수아 보스케의 주문으로 <산상설교> 작품을 제작한다. 이 작품의 주제는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군중에게 설교(마태 5-7)하시는 장면이다. 예수님께서는 산 정상에서 열 두 제자들과 산 아래 군중을 향해 그의 가르침을 설교하고 계신다.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 누구인지에 관한 ‘참 행복’을 시작으로 ‘세상의 소금과 빛’, ‘율법의 완성’, ‘주님의 기도’ 등으로 제자들과 군중에게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말씀하신다.
예수님께서는 “군중을 보시고 산으로 오르셔서” 그곳 정상에 앉아 계신다. 그의 둘레에는 “제자들이 그분께 다가와” (마태 5,1) 설교를 듣고 있다. 예수님의 새로운 가르침은 그림에서 보듯이 산 정상에서 이루어진다. 산 정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중앙에서 마치 옥좌에 앉은 듯 자리를 잡고 권위 있는 모습으로 율법의 참뜻을 들려주신다. 예수님의 얼굴은 “나는 세상의 빛이다”고 하신 것처럼 광채를 드러내며 위엄을 갖춘 모습이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말씀의 빛이 어둠 속에 있는 그들의 생각과 감정을 환히 밝힌 듯, 제각기 하느님께 영광과 찬미를 드리는 모습이다. 산 아래에도 예수님의 설교를 듣고자 하는 군중의 무리가 보인다.
오른쪽 뒤의 군중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관심만 보일 뿐, 특별한 움직임 없이 풀밭에 가만히 앉아 있다. 그림 오른쪽 앞의 한 무리의 군중은 예수님의 말씀을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 중 몇몇은 그저 능동적인 자세이지만, 일부는 손을 모은 자세로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다. 왼쪽의 한 무리는 산 정상의 예수님을 향해 열광적으로 두 손을 모으고 주님께 힘차게 환호성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예수님을 따르려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리고 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림 속 군중의 동작과 위치에 따라 예수님의 설교에 대한 반응을 다섯 그룹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화가는 예수님의 설교를 그저 바라보며 관심만 보이는 사람들, 그저 참여하는 사람들, 자리에서만 열광적인 사람들, 제자의 길을 따르려고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 그리고 이미 제자가 된 사람들로 구분하고 있다. 제자들은 빛 자체이신 예수님을 통해 소금처럼 복음의 맛을 세상에 녹이고, 예수님의 빛을 세상에 비추는 ‘착한 행실’을 수행할 것이다.
저희도 “한때 어둠이었지만 지금은 주님 안에 있는 빛입니다. 빛의 자녀답게 살아가도록” (에페 5,8) 청합니다.
[2014년 2월 9일 연중 제5주일 인천주보 3면,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굿뉴스 가톨릭갤러리> 에서 옮김